‘밤하늘 새벽 별빛 삼아 오르막 오르던 곧올재 길 그립구나 아들딸 복음에 맡기고 이제 주의 품에 쉬려네...!’

이제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도 2년이 넘는다.

생전에 큰 수술을 하시고 회복기에 있을 때 일본으로 떠났던 온천여행이 마지막 여행이었다.

일본에서 귀국할 때 공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코로나가 막 터지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어머니는 큰 수술로 회복이 안 된 상태였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했고, 한국에서 휠체어를 가지고 가야 했다.

동생네 가족과 회사 직원들까지 15명이 떠났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참 감사한 여행이었다.

일본으로 떠나는 온천여행은 갈 때마다 평안 했다. 후쿠오카 지역의 유명한 온천을 여러 곳 체험하고,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이고, 일본에서 경험하는 맛집 여행은 찰진 여행을 완성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일본의 유명 온천중에 시골 마을에 위치한 곳들이 있는데 찾아가는 길이 산세가 험해서 가는 길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온천에 도착하면 유명 온천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온천에서 운영하는 식당도 유명한 곳이 많았다.

대로변의 주차장을 이용해 주차하고 나면, 지도를 들고 온천을 찾아 나서는데 길은 골목들과 뒤안길이 많았다. 눈이 오고 난 후 볕이 들지 않아 구석구석 눈이 쌓여있는 뒤안길들이 많았다. 대로변에서 아래 계곡까지 이리저리 돌아가는 길들이다.

어머니는 젊은 청춘을 곧올재 길에서 보내셨다.

머리에 큰 대야를 이시고 곧올재 길을 오르내리셨다. 어떻게 그 무거운, 몸체만 한 대야를 이시고 그 오르막을 다니셨는지 모르겠다.

곧올재 오르는 길은 그런 사연들이 쌓여 만들어진 길이다. 그 오르막을 오르던 수고가 지금까지 나를 지켜주고, 복을 받게 하셨다.

삶은 그런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잘해서, 내가 무단한 노력을 해서, 공을 들여서 잘 되는 것이 아닌 듯 하다.

에디슨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99%의 노력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았다. 에디슨에게 1%의 영감이 없었다면 99%의 노력은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에디슨이 크게 생각했던 것은 99%의 노력보다 1%의 영감이었다.

곧올재 길은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을 선물해준 길이 됐다.

곧올재 길은 오직 한 길이다. 뒤안길이 없다. 돌아가는 길이 없다. 오직 한 길뿐이었다.

맨해튼을 여행한 적이 있다.

빈부의 차이가 너무 확연한 도시, 세계 경제를 움직인다는 월스트리트가 있고, 문화의 향연이 쉬지 않는 브로드웨이가 있으며, 휘황찬란한 네온이 아름다운 타임스퀘어는 미국의 현주소를 대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렇지만 몇 블록만 들어가면 치안이 불안하고, 혼자 걷기엔 두려움이 있는 흑인이 주를 이루는 할렘이 공존하는 도시가 맨해튼이다.

물론 할렘도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다. 맨해튼은 그렇게 에비뉴와 스트리트로 구분하면서, 빈부와 문화와 경제의 차이를 완전하게 나누었다. 빨랫줄처럼 반듯하게 정리가 돼서 완벽하게 나눈다.

마치 신분사회처럼. 한 길뿐인 곧올재.

거미줄처럼 서로 엮여 있는 맨해튼의 에비뉴와 스트리트.

어떤 차이가 있을까. 뒤안길이 있는 맨해튼과 뒤안길이 없는 곧올재로 나눌 수 있을까.

맨해튼에서 유일한 대각선으로 나 있는 브로드웨이는 극장과 공연장이 가득했다.

아이들과 미국 여행을 마칠 때 기억에 남는 1순위가 브로드웨이에서 관람했던 뮤지컬 ‘맘마미아’였으니 브로드웨이의 브랜드파워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곧올재를 해가 짧아질 때 오르려면 가로등이 없어 별빛, 달빛을 이용해 한 걸음 한 걸음 떼야 한다.

인생은 이런 길로 이뤄지고 이어질 것인데, 지금 어떤 길에 서 있는가.

궁금하다. 어떤 길을 찾고 있는가.

궁금하다. 지방선거가 마치고 갈림길들이 손짓하면서 이 길로 오라 한다.

어떤 길을 걸어야 하지.

뒤안길은 어떤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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