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태 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106. 아프리카 중산층

여전히 아프리카 인구에는 빈곤층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주로 시골에서 상경해 올라와 교육 수준이 높지 않고, 자본이라고는 오직 자신의 몸뿐인 사람들이다. 주로 일용직 노동자 생황을 전전하거나 소일거리로 적은 수입을 올린다.

그들은 열심히 일해서 얻은 햄스터 꼬리만한 봉금의 거의 전부를 집세와 식비 마련을 위해 쏟아 붓는다. 수입을 쪼개고 쪼개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만 아주 적은 지출을 한다.

자연히 의료나 교육 등으로 자신을 챙길 여력이 없다. 저축을 하는 것 조차 보통 각오가 아니면 쉽지 않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바라는 소비 대신 먹고 살기 급급한 생존을 위한 소비를 한다.

중산층은 여러모로 빈곤층과 다르다. 빈곤층과 중산층을 구분하는 기준은 소득 수준이나 생활방식, 사고방식 등 여러 항목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이해하기 쉽고 단순하게 정의해보면, 삶에 필수적인 의식주를 위한 지출을 하고도 남는 여윳돈이 있다면 아프리카에서 중산층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였던 밥 먹고 살기가 해결된 중산층은 여유자금을 이용해 예전보다 더 풍요롭게 삶을 꾸린다.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고 자동차를 구입하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등 빈곤계층일 때는 할 수 없었던 일들도 시도한다.

그들의 경제활동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을 일으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돕는다.

모두가 다 같이 가난하게 살던 시절이 지나가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주목하게 됐다.

삶에 여유가 생긴 중산층은 가장 저렴한 물건을 찾던 옛 습관에서 벗어나 자신을 돋보이게 해줄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하게 됐다.

외국에서 헐값에 들여온 중고 의류를 입던 이들이 유명 브랜드 의류를 걸치게 되고, 허기를 겨우 때워주는 옥수수 죽 대신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값비싼 피자를 먹는다.

아름다워지는데 민감한 아프리카 여성들은 한번에 4만 원이 넘는 미용실 비용을 아낌없이 지출한다.

이러한 과시적인 소비는 먹고 사는데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삶의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행동이다.

인간은 식욕을 채우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더 넓고 좋은 집에서 더 맛있고 깨끗한 음식을 먹으며 살고 싶다는 욕구는 끊임없이 자라난다. 경제 성장과 소득의 증가는 그러한 욕구를 채워준다.

아프리카 중산층은 오랫동안 모르고 있던 ‘소비’라는 꿀 재미를 마음껏 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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