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태 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103. 지식재산권 청구한다면?

만약 정말로 마사이 사람들이 지식재산권 청구에 성공해 연 수천만 원에서 수억 달러에 달하는 사용료를 받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대부분 사회에서 불로소득은 양면의 칼처럼 작용한다. 구호자금은 사람에게 활력을 줄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그를 파괴할 수도 있다.

긍정적인 면은 쉽게 생각할 수 있으니 부정적인 면을 생각해보자. 복권에 당첨되어 거부가 되었다가 몰락해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흔히 접하곤 한다.

미국과 캐나다 원주민 사례도 귀담을 만하다.

흔히 인디언으로 불리는 그들은 정부에서 생활비를 지원받기 때문에 직업을 갖지 않고 공부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그러다보니 삶에 의욕을 잃고 마약에 빠져 무기력하게 사는 경우가 흔하다.

쉽게 돈을 얻는 게 익숙해지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진취적인 정신이 사라지게 되고, 결국 눈앞의 작은 이익과 욕망만 쫓는 무기력한 사회가 되고 말았다.

만약 마사이족이 적은 돈이라도 무상으로 받기 시작하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 매우 심각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쉽게 돈을 얻는 즐거움에 취하면 마사이 사람들은 더 이상 예전의 마사이일 수가 없다.

야생에서 사자와 겨루며 극한 어려움을 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마사이 전사의 정신이 쇠퇴할지도 모른다.

자연속에 동화되어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는 소박한 마사이 마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마사이족의 지식재산권 청구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온당한 행동이다. 그들도 마땅히 자신들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

그렇지만 그 돈이 매우 위험한 돈이라는 경각심이 없다면 마사이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

마사이족의 현실에는 어려움이 많다. 기후 변화로 목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 정부에서 정착생활을 유도하면서 유목민이었던 그들이 어색한 농부로 사는 경우도 있다.

유목생활을 하지 않으면서 전해 내려오던 전통문화는 사라지고 있다. 마사이 부족 사람의 80% 가량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그들의 삶은 궁핍하다.

지식재산권 청구는 이러한 마사이족의 현실에 변화를 주는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순수한 동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문제는 일어날 수 있고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벌어질 수 있다.

지식재산권을 청구하는 이도 그것을 관리하는 이도 마사이족이다.

그들이 돈에 좌우되지 않고 얼마나 지혜롭게 처신하는지에 미래가 달려있다.

아프리카 최고의 인기스타 마사이족, 자연과 더불어 용맹과 강인함을 겨루며 살아온 그들의 가치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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