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서 ‘며느라기’란 드라마가 방영됐다. 드라마 소개를 보면 혹독한 며느라기를 벗어나기 위해 첫발을 내딛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란 말이 있다. 결혼을 하면 신랑은 처가가 생기는데 이때부터 사위의 삶이 시작된다.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 된다는 것이다.

며느라기는 혹독한 시댁과의 관계가 시작되고 사위는 백년손님의 생활이 시작되는 것일까.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한 가지 더 다뤄져야 할 부분이 있다.

며느리를 맞는 시아버지의 입장이다.

아들에게도 나 말고도 아버지라 부르고 어머니라 부르는 누군가가 생겼다. 많은 변화가 있는 하루였다.

며느라기로 사위로 또,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장모와 장인어른이 됐다.

새로운 출발이다. 슬라이드 영상처럼 화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지난날들의 그림들이 더 떠오르는 이유를 모르겠다.

어릴 때 어렵게 살던 기억이 지나가고, 애써 외면하고 살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빈자리가 그 어떤 공간보다 크게 다가왔다.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준비할 일들이 많았고 결정할 부분들이 있었다.

오미크론이 대세 변이가 되면서 폭발적으로 확진자 수가 늘었는데 이 때문에 결혼식 일자를 한 달여 미루기도 했다.

전화 통화를 하면 코로나로 격리 중이라는 소식들이 계속 들려오기도 했고, 가족 중에도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모든 시간에 어머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스물일곱, 지금은 결혼하기에 이른 나이라고 한다.

무슨 사정이 있어서 서둘러 보내냐고 물어오는 이들도 많았다.

선을 보는 며느라기도 두 살 어린 청년이란 말에 ‘왜?’라는 생각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갓 스물일곱인데 왜 서두르냐는 것인데 요즘 시대가 크게 작용하기는 했다.

주변에 서른 중반의 자식들이 결혼 생각이 없다며 세월을 낚는다고 하는 하소연들이 많다.

스물일곱 아들에게 뜬금없이 “지현아, 너 장가가라”라고 말했다.

갑자기 황당한 말에 농담으로 듣는다.

내가 알기로 아들은 ‘모태솔로’다. 여자친구 한 번 사귀지 않았는데 학교 졸업하고, 군에 다녀오고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 적응기에 들어가는데 장가가라는 말이 어떻게 들리겠는가.

황당한 웃음을 지으며 “제가 무슨 장가를 가요”

필자도 28년 전에 스물일곱에 결혼을 했다.

아들은 결국 선을 보고 두 달이 지나 결혼식을 올렸다.

두 달 만에 결혼식을 어떻게 하냐고 하는데 필자는 선을 보고 2주 만에 식을 올렸다.

결혼을 쉽게 생각했었다. 내가 잠깐 만나서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믿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짝이라면 서로 맞춰가며 살자’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결혼할 때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며느라기에 대한 생각은 또 다르게 다가온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데 며느라기는 어떨까. 어떤 관계인지 사고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걸까.

어쨌든 어려운 관계인 것만은 사실이다.

무슨 말 하나라도 자기 검열에 들어가고 있다. 하는 일들이 다 좋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말해주는 게 좋을지 좋은 방법이 쉬 떠오르지 않는다.

선을 주선해 주신 주례 목사님은 신약성경 요한복음 2장의 '가나 혼인 잔치'에 대한 주례사를 해주셨다.

가나 혼인 잔치에 예수님이 초청을 받아 가셨는데 잔칫집에 필수인 포도주가 떨어졌다.

코로나가 없었는지 하객들이 많이 온 모양이다. 포도주가 떨어졌는데 결혼식이 어려워졌다.

예수님의 첫 번째 이적이 여기에서 일어났다.

물을 떠오라 하셨고, 이 물을 포도주라며 하객들에게 돌리라는 것이다. 능력이 있다면 물을 포도주로 먼저 만들어 주고 포도주를 나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예수님은 맹물을 떠서 포도주라며 돌리라고 말한다.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이적이 일어났다.

물을 포도주라 돌리라는 말을 들을 때 갈등이 많다. ‘물을 포도주라고 돌리라고. 정신이 이상한 거 아니야’

왜 이런 생각이 없겠는가. 포도주가 되려면 물을 들고 가야만 포도주가 되는 것이다.

아들의 삶에서도 혼인 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지는 것처럼 어려움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믿는 하나님은 언제나 그 시간에 우리와 함께 하실 것이다.

가나 혼인 잔치에서 함께 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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