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100. 하쿠나마타타의 땅

어느 날 직장 동료 벤쟈민 씨와 함께 나이로비에서 두어 시간 떨어진 작은 산골 마을을 방문했다.

산 굽이 굽이를 따라 나 있는 고부랑길을 차로 달리는 동안 도시와는 전혀 다른 케냐를 느낄 수 있었다.

열대의 진한 초록 숲이 회색빛에 익숙한 눈의 피로를 풀어주었고, 스피커를 거치지 않은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산뜻하게 뒤를 간질였다. 촉촉하고 깨끗한 공기는 코를 시원하게 만들 정도였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운전을 하고 있던 벤자민 씨에게 말을 걸었다.

“시골과 나이로비는 굉장히 다르네요. 자연이 정말 보기 좋아요.”

“나이로비에는 돈은 있지만 다른 건 없죠. 이게 케냐의 진짜 모습이에요.”

“케냐인들도 그런 걸 느끼나 봐요?”

“나이로비와 지방은 전혀 다른 곳이에요. 나이로비는 마치…. 외계인이 사는 도시 같죠.”

나이로비와 지방은 단순히 도시와 전원이라는 환경적인 면만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의 케냐인은 나이로비에 부족 문화가 없어 이질감을 느낀다.

케냐의 43개 부족들은 그들의 조상이 나고 죽은 각자의 고향 땅에 모여 산다.

케냐의 도 단위 행정구역 또한 부족의 인구 분포에 따라 나뉘어졌다.

키쿠유족이 사는 니에리, 루히야족이 다수인 카케메가, 캄바족이 모여 있는 마차 코스 등 지역의 이름만 들어도 어느 부족이 사는지 알 수 있다.

케냐뿐 아니라 다른 아프리카 국가도 대개 부족 분포에 맞춰 행정구역을 정한다. 그러다 보니 같은 나라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문화와 언어가 다른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웃 간의 좋은 관계를 ‘이웃사촌’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케냐에서는 정말로 이웃에 사촌이 산다. 가까운 친족들이 마을을 이뤄 혈연을 바탕으로 한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서로의 집안 사정을 훤히 알다 보니 자연스레 몸가짐을 함부로 하지 못하고 예절을 중시한다.

공동체 안에서 노인은 공경받고 젊은이는 겸손하며 아이는 다스려진다.

다른 이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수모를 주는 언행은 금기와 같고, 강도질이나 사기 역시 흔하지 않다.

같은 부족끼리는 한 가족이라는 의식이 있기에 지방 사람들은 서로를 돕고 보호 하는 데 익숙하다.

고향을 떠나 나이로비에 사는 사람들은 그 따뜻함을 그리워한다.

연어가 모천으로 회귀하듯, 도로시가 캔자스로 돌아가듯, 휴가철이 되면 시골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이 붐비듯.

고향 땅은 도시에서 지친 자식들을 어머니처럼 품어준다.

흙과 나무, 새소리와 맑은 바람, 그리고 낙천적인 여유가 있는 곳. 포근한 가족 품이 있기에 어려움을 당해도 “아무 문제 없어!”라고 말할 수 있는 곳.

우리가 상상하던 하쿠나마타타의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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