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태 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98. 역설적인 성장배경(2)

케냐 나이로비에 살고 있는 버나드 씨는 TV방송국에서 일하는 중산층에 속한다.

그는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하려 시내의 매장을 몇 군데 둘러보았다.

그런데 상점마다 가격차이가 심해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 안전하고 좋은 제품을 원했던 버나드 씨는 고민하지 않고 온라인 쇼핑몰 주미아에 접속했다.

주미아 웹사이트에서 여러 종류의 스마트폰을 둘러보고 가격을 비교한 그는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고 주문했다.

복잡한 회원가입과 본인 인증을 거칠 필요는 없다. 그저 이름과 이메일주소, 전화번호, 그리고 배달부와 만날 장소를 적기만 하면 됐다.

물건 선택부터 주문 완료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스마트폰으로도 물건을 주문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는 높은 접근성과 편리한 주문 방식은 아프리카에서 전자상거래의 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제품은 집까지 배달 받을 수도 있고 정해진 배송지로 찾아가 직접 수령할 수도 있다.

배달을 받으면 400실링(약 4,500원)의 추가 비용이 들지만 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 편리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달리 케냐에는 집마다 주소가 없다. 초원에서 달랑 서 있는 마사이 유목민의 흙집에 주소를 매기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배달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신의 주소를 ‘대학로 삼거리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들어와서 1km 직진하면 회사가 있음’ 이런 식으로 적당히 적으면 된다. 알아들을 수 있기만 하면 된다.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아프리카의 융통성을 느낄 수 있다.

5일 후 버나드 씨는 배달기사의 연락을 받았다. 약속 장소로 나간 그는 배달기사가 가져온 스마트폰을 켜서 사용해보고 상자 속의 내용물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만약 주문과 다른 것이 있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제품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워낙 사기가 많다보니 직접 눈으로 보고 물건을 고르는 것을 좋아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한 배려다.

설령 구입 했다고 하더라도 7일 이내 문제가 발생하면 환불이 가능하다.

아직도 10년도 되지 않은 신생 업체 주미아가 아프리카 전역에서 이름을 알리며 빠르게 성잘할 수 있는 비결이다.

요모조모 스마트폰을 살피던 버나드 씨는 만족하며 배달부에게 돈을 지불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송금서비스인 엠페서로 결제했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직접 주미아 계좌로 물건 값을 보내기에 배달기사에게 현금을 주면서 생길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위조지폐나 사기가 심한 아프리카에 최적화된 거래 형태로 전자상거래는 발전하고 있다.

케냐에서 전자상거래는 더이상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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