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88. 한국도 차별적 태도 거둬야

서구중심적인 문화콘텐츠를 보며 자란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서구는 우월하고 아프리카인들은 미개하다는 인종차별사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영구가 괴물 부시맨을 때려잡는 <영구와 부시맨> 같은 옛날 영화를 굳이 끄집어내어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지금도 개그프로그램이나 예능에서 흑인 비하 발언이나 아프리카를 열등하게 묘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얼굴을 시커멓게 칠하고 요상한 흑인 흉내를 내는 개그맨들이 요즘도 한 번씩 등장한다.

아프리카인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행동을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내가 아프리카인이라면 그런 개그는 전혀 재미없을 것이다.

심지어 국회의원들조차 “아프리카 후진국 대통령만도 못하다”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곤 한다.

아프리카의 54개국 대통령을 싸잡아 모욕하는 발언이다.

아프리카의 대통령들이 툭하면 저런 발언을 던지는 무례한 나라의 정부와 함께 일하고 싶을까?

나라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입에서 아프리카를 비하하는 발언이 아무런 여과 없이 기자회견장에서 쏟아져 나온다.

시적이거나 기발하거나 파괴력이 있는 말도 아닌데 왜 굳이 아프리카를 깎아내리는 표현을 사용해야 했을까?

그만큼 우리 사회에는 아프리카를 만만하게 보고 무시하는 풍조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아프리카는 대중문화에서도 착취당하고 있다.

우월한 서양이 미개하고 불쌍한 아프리카인들을 도와줘야한다는 노예무역 시절에나 통용되던 사고방식이 아직도 끈질기게 남아있다.

서구우월주의를 바탕으로 한 대중문화는 아프리카인들을 스스로 바뀔 수 없는 무기력하고 혼란스러운 인종이라는 틀로 묶어놓고 그들은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덧씌우려 한다.

하지만 지금은 노예무역 시대가 아니다.

노예무역상 로빈슨 크루소는 지금이라면 감옥에 가야할 사람이다.

카렌 블릭센의 낭만적인 야생동물 사냥도 밀렵 행위로 잡혀 갈 수 있다.

식민지배는 끝났다.

아프리카는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고 스스로 자기의 길을 개척할 수 있다.

아프리카인들의 미래는 아프리카인들에게 달려있다.

그러한 해묵은 서구우월주의가 담긴 대중문화에 속지 않는 비판적 사고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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