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진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86. ‘로빈슨 크루소’에서 벗어나야

브라질에서 농장을 개척한 로빈슨 크루소는 노예를 더 구하기 위해 항해를 떠났다가 조난을 당해 무인도에 떨어지게 되고 그곳에서 온갖 역경을 넘어서며 생존한다.

그리고 그 유명한 식인종이 등장한다. 이때 로빈슨은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식인종 출신 남자를 구출해준다.

그리고는 프라이데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노예로 삼는다. 그리고 프라이데이에게 옷 입는 법과 총 쏘는 법 등을 가르치고 결국 기독교까지 전파한다.

로빈슨 크루소 안에는 유럽인이 아닌 인종들은 개화가 필요한 미개한 인종이라는 인종차별적 시선이 있다.

또한 그들을 사람이 아닌 상품으로 대하며 거리낌 없이 자유를 구속하고 강제로 부리고 팔아버린다.

책의 마지막에서 로빈슨 크루소는 섬을 떠나면서 그 섬에 주민들을 남겨두고 식민지로 개척한다.

로빈슨 크루소는 개척자로 포장되어 유럽 바깥의 땅을 백인들이 차지하고 그 땅의 원주민들을 다스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도록 만든다.

로빈슨 크루소는 노예무역이 성하던 당대 서구 사회의 사고방식이 투영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 하면 먼저 떠오르는 소설은 아마 1937년 출간된 카렌 블릭센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일 것이다.

동명의 영화가 카렌 블릭센을 중심으로 한 러브 스토리인 반면 소설은 아프리카 문화 탐방과 비슷한 부분이 대거 포함된다.

등장하는 아프리카인들은 주로 백인들을 섬기는 하인이거나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카렌 블릭센은 그들을 관찰하여 개개인의 성품이나 생활 방식을 기록했다. 그런데 ‘충직’하다거나 ‘근면’하다는 등 농장 노동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소설 속에서 아프리카인들은 자주성이 부족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카렌 블릭센 자신은 마치 신처럼 그들을 돕는 만능 해결사로 나타난다.

또한 그녀의 커피 농장은 케냐 원주민들을 쫓아낸 땅 위에 세워진 것이었지만 그녀는 그런 부분에 대한 죄책감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본래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땅이었던 그 곳에서 마음껏 사자와 야생동물 사냥을 하고 경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등 모험과 로맨스를 즐기는 카렌의 모습은 전형적인 서구 지배자의 모습이다.

약탈과 침략은 진출과 개척으로 미화된다. 그녀는 진심으로 아프리카를 사랑했고 현지인들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식민지배가 한창이던 당시의 시대상황에 따라 그녀의 저작 안에 서구우월주의적인 묘사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느껴진다.

그녀가 특별히 잘못했다기보다 그것이 그 시대 사람들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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