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최복순 한지공예가]
배움과 동시에 공예 지도 시작
수납장, 조명, 휴지 케이스 등
한지공예품으로 새롭게 재탄생
‘한지 사랑’ 동아리 운영도
“행복한 작품 활동 지속할 것"

최복순 작가의 첫 작품, ‘영광의 모싯잎송편을 빚고 있는 인형들’이다. 최 작가는 “한지 공예를 마스터하기 전 배우는 단계에서 완성한 작품”이라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한지를 손으로 하나하나 잘게 찢어서 세밀한 얼굴 표정을 만들고 여러 번 붙이고 다듬고 말리고 다듬는 과정을 통해 인형의 세밀한 표정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한지는 천년이 간다고 해요. 한지 공예를 통해 동네 이웃들 삼삼오오 모여서 즐겁고 좋은 작품 만들어 각자 집으로 가져가요. 휴지 케이스, 보석함, 손거울 등 살림살이나 집에 필요한 물건들이 한지로 새롭게 재탄생 하거든요.”

영광 백수읍 하원미술관에서 최복순 작가의 영혼이 깃든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최 작가의 한지 공예전이 오는 5월15일까지 열려 우리 전통 한지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최복순 작가는 농업기술센터 생활개선회 단체장으로 활동하면서 과제 활동으로 처음 한지 공예를 접하게 됐다.

8년 전 한지 공예를 배우기 시작해 지난달 10일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 미술관 전시회를 열어 그 실력을 입증했다.

놀라운 것은 배움과 동시에 가르치는 일을 시작해 짧은 시간 안에 실력을 갖춘 지역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 작가는 “그동안 상사화축제나 불갑 축제 때 이름 없이 공예전을 여러 번 했으며 개인적으로 기회가 되면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이번에 하원미술관 원장님이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일상에 남는 추억이 됐다”며 이번 공예전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한지로 만든 인형들이 모싯잎 송편을 맛있게 빚고 먹고 웃으며 옹기종기 모여있는 전시대 앞에서 최 작가와 만났다.

최 작가의 고향은 전라남도 영암이다. 영광으로 시집온 지 36년째이며 군남면에서 축산, 벼농사 등 지금까지 농사일을 병행하고 있다.

시골 생활하면서 농사일만 하는 것도 무료하고 특별한 취미도 없이 지냈는데 한지를 접해보니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한다.

혼자 조용히 할 수 있는 좋은 취미 생활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최 작가는 혼자서 그 즐거움 독차지하는 것보다 주변 이웃들과 함께 행복하길 원했다. 그래서 한지 동아리 ‘한지 사랑’을 운영 중이다.

군남 평생교육원 한지 공예 강사로 일하면서 동아리 활동도 6년째 같이하고 있다. 현재 약 10명 정도의 동아리 회원이 한지 공예 활동하고 있다.

최 작가는 집안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지는 견고해 한번 작업해 놓으면 평상시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에 실용적인 작품들을 동아리 활동으로 선호한다는 것이다.

“우리 또래들이 모여서 같이 작품을 만드는 재미도 있고 예쁜 살림살이가 하나 둘 생기는 재미도 있다. 회비는 따로 없으며 자기가 만들 작품 재료비만 본인이 부담하고 완성된 작품은 집으로 가져가면 된다. 주변 사람들이 시골에서 농사짓고 무료한 일상을 보내다가 50~60대가 되면 갱년기도 오고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며 혼자 우울해할 때가 있다. 그러면 무조건 작업장으로 불러내는 것이다. 함께 이야기하면서 한지로 작품을 만들다 보면 어느새 웃음꽃이 피고 행복이 솟아나기 때문이다.”

최 작가는 한지 공예를 통해 평범한 엄마들이 여럿이 행복하고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장소를 마련하는 게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투자라고 덧붙였다.

최 씨는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를 ‘한지 사랑’ 동아리를 통해 실현하고 있다.

회원 간 따뜻한 정이 있고 한지로 견고하고 멋진 작품도 만들 수 있어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동아리로 자리매김했다.

“작품 하나씩 만들면서 완성됐을 때 성취감이 크다. 예쁜 완성품을 보면 너무 좋고 회원들이랑 같이 만들다 보면 서로 물건이 바뀔 때가 있는데 완성하고 보면 바닥에 자기 이름이 아니라 다른 사람 이름이 적혀있을 때도 있다”며 동아리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최 작가의 첫 작품은 영광의 모싯잎 송편을 빚고 있는 인형들이다. 한지 공예를 마스터하기 전 배우는 단계에서 완성했고 공을 많이 들여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한다.

한지를 손으로 하나하나 잘게 찢어서 세밀한 얼굴 표정을 만들고 한지를 수차례 붙이고 다듬고 말리고 또 붙이고 다듬으면서 인형의 세밀한 표정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한지로 인형들의 다양한 표정들을 담다 보면 신기하고 재밌다. 처음에 한지 공예를 배우면서 다른 작가들과 함께 광주 서구청에서 작품전시회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작품이 인기가 좋았다. 사람들이 인형들을 보면서 뭐 하는 모습 인지 질문을 많이 했는데 영광의 모싯잎송편 빚는 가족들 모습이라고 설명하면 다들 너무 좋아했다. 첫 작품이라 솜씨는 별로 없는데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영광 모싯잎송편을 홍보할 수 있었다.”

최 작가는 인형들을 만들면서 재미도 있지만 행복하다고 표현한다. 좋은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수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

연철로 뼈대를 만들고 인형의 살을 오직 한지로만 붙이고 옷을 입히고 다양한 표정들을 만들어낸다.

건조를 잘 시켜야 곰팡이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붙이고 말리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날씨가 안 좋으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한지 인형이지만 최 작가는 한지 인형을 보고 즐거워하는 관람객들을 보면 자신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지는 정말 매력적이다. 천년을 가는 한지 공예, 한지는 오랫동안 제구실을 할 수 있다. 한지 공예를 할 때 색이 입혀서 나오는 한지를 활용할 때도 있고 천연염색을 해서 만드는 것도 있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한 것도 있고 단순한 것도 있다. 길게는 일 년에 작품이 두 개가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한번 배우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최 작가는 한지 공예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어떤 일을 하든지 발을 내딛으면서 성장하는 것 같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나중에는 한지 전문가가 되지 않을까 꿈꿔본다”며 최 작가는 영광의 첫 한지 명장이 되기 위한 발걸음을 옮겼다.

최 작가는 다른 사람들이 시도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지를 찢어서 꽃을 만들다가 생화 꽃잎을 활용해 만들어 보는 것이다.

결과물은 최 작가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한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특이하고 색다른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창작의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다음 전시 기회가 있으면 색다른 방식의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서 공예전을 다시 해보고 싶다”며 최 작가는 앞으로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연구 중에 있다.

“우리나라 한지 공예가 발전할 수 있도록 기회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작품들을 전시하고 다른 사람들이 한지 공예를 접할 수 있도록 알리는 데 나부터가 앞장서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로 문화 여가 활동의 폭이 많이 좁아졌고 어려움도 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 한지 공예를 배워본 사람이라면 소소한 동아리를 만들어 재능기부를 할 수도 있다. 또 우리의 소중한 전통을 잇기 위해 공예 지도 관련 교육기관이나 단체가 지속적으로 관심과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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