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21.행복의 비결은 사랑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자연이든 동물이든 음악이든 삶이든 떡볶이든 무언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

담배연기처럼 가볍고 허무한 1차적인 만족감을 뛰어넘는 뭉근한 행복은 사랑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무언가를 사랑하는 데 익숙하다. 그것을 표현하는 것도 좋아한다. 아프리카의 전통 노래와 춤에 기쁨이 듬뿍 묻어나는 이유는 사랑을 느끼는 데 익숙한 그들의 성품 때문일 것이다. 계산적이지 않은 그들의 표현은 종종 나를 놀라게 만든다.

어느 날, 동네 꼬맹이 녀석이 내게 줄게 있다면서 팔을 잡아끌었다. 녀석은 품속에서 뜨듯하게 데워진 콜라 1병을 꺼냈다.

“선생님, 이거 빨리 마셔 보세요!”

아이는 내게 진시황의 불로초라도 가져다준 양 유리병에 담긴 검은 탄산음료를 자랑스럽게 들이밀었다.

부룬디에서 콜라는 손님이 올 때나 마실 수 있는 귀한 음료다. 가난한 그 아이는 코 묻은 돈을 몇 주 동안 모아서 이 콜라 하나를 샀을 것이다. 녀석은 자신이 이루어낸 업적의 마무리를 직접 보고 싶어 했다.

나의 반응을 궁금해 하며 키득거리는 그 아이의 반짝이는 눈빛 속에는 순수한 사랑 이외에 어떠한 사심도 없었다.

자신은 1년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한 귀한 콜라를 굳이 나에게 가져온 그 아이. 이 콜라를 내가 마셔도 될까? 아이에게 양보하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다.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맛있는 포즈로 콜라를 마시는 것이다.

아니, 사랑을 마시는 것이다. 이렇게 맛있는 콜라는 처음이라는 과도한 반응과 함께 아이를 껴안아주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아프리카에서 사는 동안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들의 배려와 사랑이 없었다면 아프리카에서의 삶은 고행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프리카에서 우리가 할 일을 ‘미개한’ 그들을 개화시키는 게 아니다. ‘가난한’ 그들을 구제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그들, 나에게 사랑을 베풀어주는 친구들에게 보답하는 것이다.

혹시 슈바이처 박사처럼 뜨거운 인류애를 품은 사명감으로 불쌍한 아프리카 인들을 구원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가볍게 털어버려도 된다.

먼저 아프리카가 가진 따뜻한 마음을 느낀다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들을 위한 일을 찾게 될 것이다. 사랑을 품은 아프리카와의 만남은 우리의 삶에 행복을 공급해주는 의미 있는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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