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의 타이틀을 어떤 형식으로 갈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여러 방향으로 고민하다 편안함, 어디론가 떠나며 이동하는 길을 떠올렸다.

지금도 여행을 꿈꾼다. 이제 곧 여름방학이 오는데 이번 여름방학은 꼭 여행을 하고 싶다. 아프리카로 봉사를 떠나는 여행이든, 미국으로 행사를 참석하며 횡단을 하는 여행이든 이번 여름방학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지금 쯤이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 모두의 꿈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미국 횡단을 처음 도전했을 때 큰놈이 고1이고 둘째 딸이 중3 이었다. 이번 여름방학에 미국으로 가서 횡단하는 여행을 하자고 했을 때 딸은 “아빠의 꿈을 실현하는데 우리를 희생시키지 마세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당돌한 딸이지만 그때는 얼마나 미웠는지 모른다.

방학을 일주일 남겨두고 전격적인 발표를 했으니 세심한 딸내미는 걱정이 밀물처럼 몰려왔을 터이다. 중3 꼬마가 어떻게 아빠의 꿈을 알고 있었는지 그때는 말하지 않았지만 무엇인가 숨기다 들통난 것처럼 찔리기도 했다.

어린 시절, ‘곧올재’에서 살았다.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그런 곳(?)이다. 학교에 가는 길은 내리막이라 편하게, 집으로 가는 길에 무거운 짐이라도 있을 때는 10리길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그런 동네였다.

얼마 전 가봤는데 살던 집터는 모두 철거되고 없었다. 시간이 흘러 고난의 동네는 이제 건강을 챙기는 등산객들에게 내어준 지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 등산객들을 위한 주차장으로 조성될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배고프고 모든 게 부족했을 때, 뒷산 넘어 과수원은 보물창고 같은 곳이었다. 과수원에서 기르는 셰퍼드도 우리의 배고픔에 견딜 수 없어 작전을 펼치듯 과수원을 탐하던 꼬마들의 변화무쌍한 전략을 당해내지 못했다.

지금은 그 과수원이 예전처럼 울창하지 못하다. 형상으로만 유지되고 있는데 그 과수원을 가는 길에 우리 키만 했던 소나무들은 이제 천하장사처럼 육중한 체격으로 변해 있고, 단풍나무들은 아름드리 자태를 뽐내며 그늘을 만들고 있다.

아름다운 숲길로 조성됐고 이제 과수원의 열매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아름답고 편안한 길로 우리를 맞고 있다. 이런 길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런 길을 걷는데 숲과 함께 쉬고 걷고, 이야기하는 그런 곳을 표현하고 싶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기도 하지만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이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자 모든 것일 것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시간에서 우리는 어디론가 가고 있다. 어떤 길일까.

오늘 걷는 길이 숲이 있어서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숲에 오두막이라도 있으면 더 좋을 것이고, 누군가가 벗이 되어 준다면 두말 할 것 없이 최고일 것이다. 더불어 동행하고, 나누고, 서로를 위하는 그런 길이 서로에게 숲이 되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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