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외양간 같은 커피숍‘눈길’
현지인이 된 지 1주일이 지났다. 아침에 일어나니 힘이 없다. 그동안 뭘 먹긴 했는데 맛나게 먹은 기억이 없다.
휴학하지 않고, 해외자원봉사를 오지 않고 대학(호남대 조리과학과)을 다녔다면 통닭에 콜라, 피자, 불고기에 상추쌈, 시원한 음료수도 한 잔 마시고 있을 시간인데.
쩝. 입안에서는 통닭향기가 스치고 지나간다.
“은진씨, 빨리 나와. 밥 먹고 오늘은 밭에 나가 일손 돕기로 했잖아”
‘안마리’라는 친구가 문밖에서 부른다. 부시시한 머리를 고무줄로 대충 묶고 일어섰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러 온 한국대표 아니던가. 그런데 배가 고프다. 쌀밥 한 그릇 짜구나게 먹었으면 원이 없겠다.
부르키나파소에서 쌀은 고급식품이다. 부자들이나 먹는 음식이다.
주식은 옥수수다. 아침은 ‘부이’라고 하는 옥수수 가루를 물에 갠 뒤 끓인 죽을 먹는다.
그 옥수수 가루에 물을 조금만 넣고 치대서 만들면 ‘사가보’라는 음식이 된다. 사가보는 점심메뉴다. 마치 막걸리떡 같다.
“은진씨, 맛 어때요? ” “아, 네. 뭐 맛있네요” 사실 아무리 맛을 느껴보려고 해도 도무지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겉으로 보기에 콧물 같기도 한 조금은 지저분해 보이는 개밥 같은 소스를 만들어 찍어 먹는다. 이름하여 ‘공보 소스’
처음엔 숟가락으로 먹으려고 했는데 이곳에서 음식은 맨손으로 먹으라고 한다. 반드시 오른손으로만 먹어야 한다.
왼손으로 먹었다가는 큰일 난다. 왼손은 오직 화장실에서만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음식을 먹고 나면 10분 지나면 금방 배가 고파진다. 그렇다고 석기시대 사람들처럼 살지는 않는다.
그래도 나름 모양을 갖춘 커피숍도 있다. 커피 역시 귀한 음식이다. 손님들에게 접대하는 고급음료 중 하나다.
마을 친구인 필립이 “은진씨, 우리나라에 왔으니 커피숍 구경시켜줄게요. 커피한잔 해요”라고 제안한다.
같이 갔더니 저기 보이는 곳이 커피숍이라고 가르킨다. 외양간 같은 모습이다. 들어갔더니 의자 몇 개 있고 커피를 판다.
카페오레를 주문해 마셨다.우리나라 커피와는 좀 다르게 컵에 절반이나 연유를 잔뜩 부은 뒤 원두를 살짝 넣고 물을 부어 만든다. 연유 때문인지 깊은 맛이 느껴졌다.
이날 처음 마셔본 아프리카 연유커피가 그리워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문득 생각나 따라해보지만 그 맛을 맛볼 수 없다.
토요일에는 커피에다 빵 반쪽을 준다. 그 빵을 갸또라 한다. 갸또를 주는 덕택에 다들 토요일만 기다린다.
집에서도 귀한 손님이 오면 커피를 대접한다. 역시 커피가 귀한 음식이라서 그야말로 큰 바가지에 ‘한 양판’을 타준다.
설탕은 또 얼마나 많이 넣던 지 수제 커피가 아니라 꿀물이다. 마시다가 배가 터질 지경이다. 그걸 또 다 먹을 때 까지 초초하게 지켜본다. 다 먹고 꺼억 트림했더니 안도의 웃음을 짓는다.
하마터면 커피 마시다가 먼 이국땅에서 돌아가실 뻔했다. 그래도 웃고 떠들다보니 또 하루가 저문다.
다음 주는 부르키나파소 국민들의 기상천외한 화장실 문화를 살짝 들려드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