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가는 길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차편과 열차를 예매하는 시간부터 이름도 모르는 도시의 플랫폼에서 새벽을 보냈던 시간은 어떤가.

춥고 화장실도 갈 수 없는 곳에서 새벽을 보내는데 어렵거나 힘들지 않고 오히려 감사함이 많았다.

지금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내 삶에서 또 다른 기억 한 편을 채워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여행의 묘미는 어떠한 역경이나 어려움도 모두 좋은 추억으로 승화시키는 마력과 같은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숙소 이야기를 해보면, 스톡홀름에서는 풍성하고 고급스러운 조식이 나오는 호텔에서 묵었다.

한 번은 이동하는 중간에 주변 숙소를 검색해 묵기로 했는데 숙소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오르고 또 오르는데 가는 동안 주변에 진흙 같은 어둠과 금방이라도 도로가 끊겨 있을 것만 같은데도 숙소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은 계속 올라가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올라가면서 예전 남미 여행을 하던 중에 비슷한 경험을 했던 추억이 소환됐다.

지금 올라가는 길보다 더 심했다.

안내는 분명하게 이 길로 가라고 하는데 올라가면 갈수록 차가 다니는 길이 아닌 듯했다.

소형차가 겨우 지나갈 듯하고, 낭떠러지를 한쪽으로 두고 겨우 올라가는 좁은 길이다.

해는 떨어져 어두운데 영화 ‘시실리 2km ‘에서 나오는 것 같이, 누군가 저 앞에서 한 손에는 흉기를 들고서 다른 손으로 손짓하며‘그냥 이리 오세요’

‘반갑습니다. 어떻게 오셨데~!’

차를 돌릴 수도 없고 앞으로만 가야 하는 길인데 바퀴가 한 바퀴씩 전진할 때마다 저승길에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었기에 안내를 따라가는데, 한 참이 지난 후에 산의 정상부근에 여러 채의 펜션 중에 우리가 예약한 숙소가 있었다.

독채였는데 개인 건식사우나가 있는 북유럽의 전형적인 펜션이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도착했다. 노르웨이는 남과 북으로 엄청난 길이로 펼쳐져 있었다. 가장 위쪽에 있는 트롬쇠라는 도시를 방문하고 싶었다.

구글 앱으로 확인하는데 헐, 오슬로에서 트롬쇠까지 1,700km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계산이 빠른 지수가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아빠, 가는데 하루, 오는데 하루가 걸리는데요”

“운전만 하다 끝날 거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네비게이션에 300km가 나오면 멀게 느껴지는데…….

미국 횡단을 할 때 워싱턴에서 플로리다주로 내려와야 했는데, 900마일이 찍혔다.

1,400km 이다.

그래도 미국의 도로는 운전하기에 아주 편하다. 길게 쭉 뻗은 도로에 크루즈를 설정하고 풍경을 보면서 이동하면 된다.

노르웨이는 산악도시가 대부분이었다.

쭉 뻗은 길은 만나보기 어렵다.

터널을 25분 동안 주행 하기도 했다.

터널이 얼마나 긴지 폐소공포증이 있는 운전자를 위해 3곳을 넓게 만들어서 편안한 조명을 비추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둘 정도이다.

이런 길로 1,700km를 운전하는 건 무리라 생각해 오슬로 서쪽에 있는 관광지를 선택했다.

노르웨이 대부분의 관광지가 서쪽에 있는데 절경들이 즐비했다.

노르웨이 대표적인 관광지는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호수를 이루고 있는 피오르 지대였다.

산 정상에 있는 빙하들이 기후 온난화로 인해 엄청난 속도로 녹아내리며 만들어진 호수들이다.

빙하는 이제 산 정상에만 위험스럽게 걸쳐 있었다.

엄청나게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있고 정상이지만 폭포수를 쏟아낸다.

노르웨이 관광은 이런 빙하 지역을 보면서 웅장하고 거대한 자연을 느끼는 시간임과 동시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무심코 소비하는 에너지들이 나비효과를 내면서 노르웨이의 빙하를 사라지게 하고 있었다.

북유럽 여행은 자연을 생각하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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