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시작하기 전 중3딸아이가 미국을 횡단했으면 한다는 말에 시큰둥한 표정으로 변했다.

여행중에 정확하게 알았지만 딸아이의 성격은 좋은 표현으로하면 꼼꼼했고, 근접한 표현은 너무 신중하다는 것이었다.

딸아이가 인터넷등에서 자료들을 모으면서 하는말이 “아빠, 미국횡단 하려면 적게는 몇 개월을 준비하고 대부분 6개월에서 1년, 2년이상을 준비했다는 분들이 있어요”하면서 너무 무모한 계획이다는 투로 계획의 수정을 전면적으로 요구해왔다.

미국본토횡단을 계획한 적은 없다.

사전에 준비라면 그저 미국횡단의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 화장실에서 열독하는 미국서부여행안내책자 정도였다. 무엇보다 미국횡단에는 아이들의 방학일정상 한달여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데 한달동안 여행하는 과정에서 부딪혀야하는 영어의 문제가 가장 부담스러웠다.

여행사를 통해서 동부, 중부, 서부를 부분적으로 패키지 여행한다면 적당한 가격에 한국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서 세부적으로 관광을 할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이런 패키지 여행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미국이란 나라를 조금이라도 더 알기위해서는 직접 부딪치고, 대화하고, 난관을 만나고, 해치고 나가면서 미국을 알아가는 여행을 생각했다.

요약하면 ‘좌충우돌 미국횡단’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이유로 영어를 모른체 한달여 미국횡단을 결정할 수 있었다.

먼저 여행사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미국행 왕복 티켓을 부탁했다. 여행의 성수기인 7월 말경이라 적지 않은 가격을 예상했지만 타이페이를 경유해서 뉴욕으로 가는 티켓을 구입했다. 미국횡단구상과 출국일이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항공권이 도착하고 딸아이도 마음을 정하고 특유의 꼼꼼함으로 나에게 이것저것 인터넷에서 필요하다며 물품을 불러대기 시작했다.

“영어가 안 되는데 한달여 일정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하며 부담스런 일정이 바로 눈앞에 놓였다. 준비기간이 며칠에 불과했기 때문에 준비물을 챙기기에 바빴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여행일정은 겨우 뉴욕의 동부쪽에서 LA의 서부로 이동한다는 것 정도에 불과했다.

아이들은 당연히 여행일정에 불만을 표시했고, 설레임과 두려움을 함께 토해냈다.

내심 계획을 짜보려해도 시간이 부족했고 미국에 대해서 아는거라고는 TV나 안내책에서 멋있게 표현해 놓은 관광지 정도의 정보로 한달여의 일정을 계힉한다는 것이 무리였다.

“먼저 뉴욕으로 가자”, “가서 호텔잡고, 짐 풀고, 자고 일어나서 밥먹고 관광 하면 되지” 이렇게 스스로에게 최면하며 한달여간의 여행계획을 마무리 하고 출국일이 다가왔다.

고1 아들은 컴퓨터게임과 친한 관계여서인지 이상과 현실을 잘 구별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빠를 적극적으로 신뢰하지도 않았다. 단지 한달동안 무슨 여행하나 보다 정도의 생각인 것 같았다.

딸아이는 특유의 성격으로 챙기고 일정보고, 계속해서 인터넷에 보니까 이것도 있어야 하고, 저것도 있어야 하고를 연발했지만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영광에서 하루 한 대 운행하는 인천공항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영어 A,B,C,D 떨어져 있어야 반가운 사람이 속사포같이 토해내는 본토사람들 속으로 뛰어드는 형국이니 한편으론 ‘나 잡아가시요’이고 한편으로 비장함이 가득했다. 대한민국 변두리에서 생활했지만 의지의 한국인으로 기죽지 않고 필히 횡단을 성공하고 돌아오리라는 비장함이 공존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을 살펴봤지만 나와 같은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미국본토에 대해서 정확한 지식이 약하고, 영어에 잼병이며, 며칠 고민해서 횡단했다는 내용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가족을 태운 비행기는 타이페이를 경유해서 뉴욕의 JFK공항을 향해 태평양 상공을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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