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들어가던 5월 가뭄이 이번에 내리는 단비로 조금은 해결될 모양이다. 수년 동안 5월에 이렇게까지 비가 내리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카페에서 창밖을 보는데 비가 내린다.

비가오는 오후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울수가 없다.

대지가 꿈틀대는 느낌이고, 온 들판이 귀한 손님을 맞는 듯 활기차 보인다. 비가 내리는 오후가 감사한 이 느낌이 좋다. 커피 한 잔에 감사하고, 비가 오는 창 밖이 아름다워서 좋다.

돌고 도는게 인생인데 지금 내리는 저 비는 왜 이제야 오는 걸까. 그동안 어디에 있었지?

보고 싶은 얼굴들도 많았을 것 같은데 그동안 어디에 있었을까. 궁금하다. 그래도 반가운 손님처럼 보기에 너무 좋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는게 참 좋다.

예전에 MBC에서 ‘말의 힘’이라는 실험프로그램을 방송한 적이 있다. 아나운서들에게 유리병에 밥을 넣고 뚜껑을 닫아 두 병씩 나눠줬다. 이 병에게 ‘고마워’, ‘사랑해’ 등의 좋은 말을 꾸준하게 들려줬다.

다른 병에게는 ‘짜증나’, ‘보기싫어’ 등의 듣기에 불편하고 날카로운 말을 들려줬다. 한 달이 지나 나눠줬던 병을 돌려받았는데 깜짝 놀랐다.

똑같은 환경에 있었던 두 병이 너무나 대조적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짜증나’, ‘싫어’ 등의 날카로운 말을 들었던 병의 밥알은 까맣게 곰팡이로 범벅이 돼있었다.

반면, ‘고마워’, ‘사랑해’ 등의 좋은 말을 들었던 유리병의 밥알은 깨끗하게 누룩이 끼어있는 모습이었다.

놀라운 실험이 아닌가. 똑같은 환경에 두었던 유리병의 밥알이 한쪽은 곰팡이로 범벅이 돼있고, 반대로 다른 병은 깨끗하게 누룩이 끼는 이 실험에서 진행했던 과정은 그냥 말을 들려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날카로운 말과 아름다운 말이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생명이 물에 있다고 한다.

똑같은 물에 좋은 말과 나쁜 말을 들려줬을 때도 밥알의 변화처럼 물이 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쉽게 던지는 말이 우리 주변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맨하튼에 가보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들의 발걸음이 빠르고, 쫓기듯 생활한다.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느긋하고 여유로운 편인데도 말이다.

체코 프라하를 가보면 유명 잡지의 모델들 같은 아름다운 여성들이 얼마나 많던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프랑스 파리는 어떤가. 파리바게트에서 먹었던 바게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 아름다운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얼굴엔 쫓김이 있고, 여유보다는 걱정과 근심이 많은 얼굴들이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말을 들으면서 살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또, 앞으로는 어떤 말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도 생각한다.

예전에 봤던 한국 영화 한 편이 생각난다.

감우성과 김하늘이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인데 남자 주인공 감우성이 김하늘을 사랑하고, 이 사랑을 어떤 방법으로 지켜주는지 보여주는 영화였다.

감우성과 김하늘은 사랑했지만 헤어졌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고, 김하늘이 감우성을 찾았다. 감우성이 김하늘을 거리에서 스쳐가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김하늘을 알아보지 못한다.

감우성이 앞에서 오는 그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끼고, 큰소리로 ‘사랑합니다’를 외칠 뿐이다. 김하늘은 앞을 보지 못하는 감우성을 보고 큰 충격에 휩싸이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나지만, 감우성의 표정은 너무 해맑다.

남자주인공이 인기척을 느낄 때마다 큰소리로 외치는 ‘사랑합니다’라는 아름다운 말은 그 거리를 행복으로 바꿔놨고,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자라는 꽃잎들은 너무 아름다웠다.

피 말리던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얼마나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는지 모르겠다. 아름다움 보다는 날카로움이 넘치는 시간들이었으리라.

치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날카로움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

‘괜찮아’, ‘잘 될거야’, ‘좋은거야’

이 말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에게 항상 들려줬던 룰라 어머니의 말이었다.

오늘 모두에게 ‘괜찮아’, ‘잘 될거야’, ‘좋은거야’ 이 말을 들려주고 싶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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