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태 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109. 중국이 아프리카의 구원자?

중국인들이 아프리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있다. 2017년 중국에서 개봉된 영화 <전랑2>는 1억 6,000만 명이 관람했고, 56억 7,000만 위안(약 9,200억 원)에 달하는 중국 영화 역대 최고의 수입을 올렸다.

영화는 특수부대 출신 주인공이 아프리카에서 내전에 휘말린 화교들과 아프리카 사람들을 구해내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미국군은 내전이 일어난 아프리카를 버리고 떠나지만 중국군은 그곳에 남아서 전쟁을 막아낸다.

람보 같은 무적의 주인공은 악당을 하나 하나 잡아내고 결국 반군을 물리친다. 중국 관객들은 조금 민망한 애국 영웅 스토리에 열광하며 영화에 빠져들었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는 기존의 서구 영화와 <전랑2>가 다른 점은 백인 대신 중국인이 아프리카를 구해준다는 것과 아프리카인을 괴롭히는 악당이 백인이라는 것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반군에게 고용된 악질 백인 용병이 주인공과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이는 마치 백인들이 아프리카에 문제를 일으킨 것과 같은 인상을 준다. 아프리카를 보호하기 위해 서구사회와 싸우는 영웅으로서의 중국의 역할이 표현된 것이다.

서구 세력의 간섭이나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아프리카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중국의 자신감이 엿보인다.

영화를 통해 중국인들이 아프리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예전 서구의 문화 콘텐츠가 그랬듯 이 중국 영화에서도 아프리카인은 외부에서 도와주어야만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불쌍하고 나약한 사람들로 묘사되고 있다.

중국인 주인공이 활약하는 동안 아프리카인들이 하는 역할은 어쩔 줄 모르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게 전부다.

영화는 혼란 속에 있던 자신들을 구해준 중국에게 고마워하는 순박한 사람들로 아프리카인들을 표현한다.

<전랑2>가 역대 최대 흥행을 한건 중국 대중들이 그만큼 영화의 메시지에 공감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중국은 자신을 아프리카의 구원자라고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중국인들이 어떻게 몽상하든 아프리카인들이 오성홍기를 휘날리는 캡틴 차이나를 바라지 않는다는 건 확실하다.

만약 중국인들이 아프리카 사람들을 <전랑2>에 등장하는 힘없는 모습으로 보고 있다면 머잖아 아프리카인들에게 외면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하더라도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프리카인들과 진정한 협력이 이루어지긴 어렵다.

흑자들이 우려하는 대로 신 식민주의로 흘러갈 수도 있고, 예측하지 못한 더 큰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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