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교사란 단어가 영광군에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요지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함정을 팠다는 것이고, 누군가는 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함정교사는 언뜻 와닿지 않는다. 영화에서 함정수사에 대한 스토리는 많이 등장한다.

특히 마약범죄 수사에서 마약의 특성상 범죄현장에 접근하기가 어려워 마약을 구입하는 척하다가 마약이 유통되는 현장에서 체포나 수색을 하는 경우가 함정수사에 해당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가지 문제가 있는데 이러한 수사방법이 교사범이 되는지 여부이다. 마약을 유통할 생각이 없는데 경찰이 신분을 숨기고 위장하여 마약을 구매할 것처럼 접근하면 속아 넘어가 거래하는데 이게 교사범이 되는지의 여부이다.

마약사범의 경우 통상적으로 용인된다고 한다.

15년 전의 사건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함정교사와 뇌물로 영광군에 평지풍파를 불러왔던 만큼 이번에도 논란이 예상된다.

기독병원 설립자 정 모 회장의 사과문이 영광에 무더기로 퍼지면서다. 정 모 회장 측이 강종만 전 영광군수에게 함정을 팠고, 강 전 군수가 이 함정에 걸려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 요지다.

강 전 군수는 군수에 취임한 지 7개월여 만에 구속돼 징역 5년 형을 살았다.

뇌물수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구속됐고, 뇌물죄에 따른 자격정지 10년까지 더해 올해 2월에 피선거권이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인 굴레는 15년이 지나면서 벗어난 사건이었다.

선거를 목전에 둔 시기에 기독병원 설립자인 정 모 회장이 지난 6일 “A 모 씨와 야합해 강 전 군수를 뇌물교사로 함정에 빠뜨리게 한 장본인”이라는 사과문이 공개됐다.

편지 형태의 이 사과문은 주민들에게 일부 발송됐으며 선관위의 제재로 공직선거법 위반혐의가 있다는 판단으로 이 편지는 우송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 사과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이 사과문에서 기독병원 설립자 정 모 회장은 “15년 동안 몇 번이나 직접 사과하고 싶었지만 한 사람을 완전히 매장시켜버린 죄인이라 용기가 나지 않아 자꾸 뒷걸음질 쳤다”고 주장했다.

사과문은 “사건 당시 A 씨가 처음부터 접근했는데 사건이 그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지난 시간 항상 마음에 큰 짐을 안고 살았는데 이제 그 짐을 내려놓고 싶다”는 심경을 적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왜 이런 글이 무작위로 뿌려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것도 모종의 계산이 깔렸을 수 있을까. 주민들의 의견은 갈린다.

함정을 파서 교사한 사람은 교사범의 죄에 해당하고, 뇌물을 받은 사람은 뇌물죄에 해당한다. 너무 분명하고 논란의 소지가 없는 명백한 사안이다.

마약사범을 잡기 위해서 함정수사를 벌이는 것과는 성격이 완전 다르다.

공익을 위해 음지에서 일어나는 범죄현장을 잡기 위해 벌이는 함정수사와는 결이 다른 것이다.

함정에 빠져 뇌물을 받았다고 해서 선물이 되지는 않는다.

정치인에게 뇌물로 함정을 설치하고 토끼몰이처럼 작전을 펴는 사람과, 뇌물을 받고 편의를 봐주는 행위에서 잘잘못의 크기는 있을 수 있겠지만 어느 것 하나 죄가 가볍지 않을 것이다.

영광군민들은 심정이 어수선하다.

한쪽에서는 “군수에서 낙마시키기 위해 뇌물을 줬다”하고, 뇌물을 받은 쪽에서는 “함정에 빠진 것이니 억울할 뿐이다”고 주장한다.

답은 명쾌한 것 아니겠는가. 교사범은 형법에 강하게 처벌한다고 명시됐고, 공직자가 뇌물을 받으면 금액에 따라 가중처벌한다고 못박았다.

작금의 사태는 뇌물을 수표로 전달하니 “이런 일은 수표로 하면 안 된다”고 해 다시 현금으로 바꿔서 전달한 사건이다.

결국, 뇌물죄가 인정돼 뇌물을 받은 강 전 군수는 5년의 징역형을 살아야 했고, 교사범은 잘못을 뉘우친다는 고백 아닌 고백을 했지만, 공소시효는 이미 훌쩍 지났다.

누구에게 잘못했다고 해야 할까. 누구에게 억울하다 해야 할까.

군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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