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108. 경제적 거리와 정서적 거리

중국은 냉전시대부터 아프리카 국가들과 꾸준히 좋은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한 전통적 우호 관계를 토대로 중국은 현대판 실크로드라는 일대일로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8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정상회의에는 아프리카 53개국 정상이 모였다.

대만과 수교를 맺은 에스와티니 왕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정상들이 참석했으니 아프리카를 이끄는 현시대 최고 지도자들이 모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자리에서 중국은 아프리카에 3년간 6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고, 일부 국가에는 부채 탕감도 다짐했다. 긴밀하게 연결된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에 대해 신 식민주의라는 비판도 있고, 서구에서 하지 못하던 파격적인 경제협력이라는 찬사도 있다.

어찌됐든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는 중국처럼 화끈한 파트너가 있다는 건 든든한 일이다.

중국 정부의 비호 아래 민간기업들은 아프리카에 진출해 건축, 유통, 농축산업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프리카에 100만 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들어가 일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 어느 나라를 가도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중국인들이 눈에 띄고, 한자가 쓰인 거대한 공사 안내판을 볼 수 있다. 차이나 타운이 곳곳에 만들어졌고, 중국인을 상대로 한 슈퍼마켓과 식당은 호활을 누린다.

아프리카인들은 중국의 생활용품 유통업체 미니소에서 저렴한 중국상품을 구입하고, TV로 중국 드라마를 보며 여가를 즐기기도 한다.

중국과 아프리카가 경제적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정서적으로는 어떨까? 

2018년 6월에는 케냐에서 오토바이 판매점을 운영하던 중국남자 1명이 인종차별 발언으로 체포되어 강제추방 당했다.

그 중국인이 인종차별 발언을 하는 모습을 회사 직원이 그대로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렸고 이 사건은 케냐를 떠들썩하게 했다.

중국인은 영상 속에서 “케냐인은 몸에서 악취가 나고 가난한데다 피부색까지 검어서 싫어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케냐인은 대통령까지 모두 원숭이”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말했다. 결국 그는 추방됐다.

이 사건으로 케냐에서 반중감정이 고조된 것은 물론이다.

이 외에도 2015년에는 중국철도 건설공사 임원 3명이 말리에서 테러 공격으로 숨졌고, 2014년에는 나이지리아, 카메룬, 잠비아 등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공격이 발생했다.

반중 감정이 고조되며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은 여기저기 마찰음을 내고 있다. 경제적으로 가까워진다고 자연히 정서적으로도 가까워지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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