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태 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104. 시민의식 성숙해져

케냐는 원시 그대로 남아있는 자연을 이용한 관광 산업이 발달해있다.

세계인들은 생에 한번은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에서 야생동물들을 만나길 꿈꾼다. 케냐에서 환경 보호란 국가 산업의 밀해가 걸린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케냐인들은 그러한 부분에 큰 경각심 없이 살아왔다.

비닐봉지 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케냐 정부는 국민들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다. 지금 현 세대에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케냐 정부가 가장 엄하게 단속하는 건 손잡이가 달린 운반용 비닐봉지다. 이것은 내구성이 약해 한번만 사용해도 쉽게 파손된다.

잠깐의 편리함을 위해 쓰이고 버려진 비닐봉지는 분해되지 않은 채 생태계에 오랫동안 남아서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현재 프랑스, 중국 르완다 등 세계 40여 개국이 일회용 비닐봉투에 세금을 매기거나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닐봉지 대신 종이봉투나 장바구니를 권장하는 추세다.

케냐는 세계 어느나라보다 더 강력히 비닐봉지 사용을 멈추려 하고 있다. 케냐 정부는 176개 비닐봉지 제조업체와 그곳에서 일하는 6만 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의 존망이 걸린 상황 속에도 이번 법안을 시행했다.

심지어 내수용이 아닌 수출용 비닐봉지의 생산도 금지시켰다.

비닐봉지 사용의 여지를 철저히 없앤 것이다. 제조업자들은 반발하며 법원에 청원했지만, 케냐 법원은 환경 문제가 상업적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결을 내려 새 법안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 후로 비닐봉지를 밀수하려는 일당을 적발해 처벌하는 등 케냐 정부는 의지를 갖고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비닐봉지 금지법이 자리 잡으면 뒤이어 비닐포장지 금지법까지 도입할 장기계획을 세워놓았다.

케냐는 진심으로 비닐쓰레기 없는 나라를 꿈꾸고 있다. 케냐의 강력한 비닐봉지 금지법은 언론에 오르내리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면 실제로 법이 잘 적용되고 있을까? 비닐봉지 금지법이 시작되고 석 달째를 맞은 11월 중순 케냐 국민들은 새로운 규칙에 차츰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예전에는 빈손으로 시장에 가서 무료로 제공되는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아오겠지만 이제는 가방, 종이봉투, 포대자루 등 물건을 담아올 장바구니를 미리 준비한다.

그런 것이 없다면 우리 돈 200~800원 하는 헝겊봉투를 구입해야 한다.

이 가격은 서민 가정에는 꽤나 부담되는 수준이어서 사람들은 되도록 장바구니를 챙긴다.

필자가 만난 케냐 사람들은 대부분 환경을 위해서 비닐봉지 사용을 멈춰야 하는 데 동의했다.

종종 비닐봉지가 없어서 불편한 점을 토로하는 이도 있었지만, 그들도 케냐의 자연을 지켜야한다는 대명제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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