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태 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101. 하쿠나 마타타는 없다

고향이 좋긴 하지만 나이로비로 상경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들의 목적은 단순하다.

10년 혹은 15년 정도 바짝 고생하고 돈을 벌어 금의환향 하는 것. 나이로비에서 평생 살려는 이는 많지 않다.

마치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가 타국에서 번 돈을 오롯이 고국으로 보내듯이 나이로비 사람들은 봉급을 모아 고향집으로 보낸다.

시골에 남아있는 가족들은 그가 보낸 돈으로 전답을 사고 가축을 기르며 가세를 키운다.

나이로비의 형제가 도시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부족함 없이 지내도록 고향에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케냐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은 도시에서 많은 돈을 벌어 시골로 돌아와 저택을 짓고 친척들을 도우며 사는 것이다.

도시에서 어떻게 사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나이로비에는 케냐 43개 부족에 더해 인근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 서양인과 인도인 등 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북적인다.

지역의 부족 사회에서 보호받던 사람들은 누가 친구이고 적인지 알 수 없는 차가운 도시에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이것이 지방과 나이로비를 구분 짓는 결정적인 차이다. 혼자 있다 보니 이웃의 눈치 볼 필요 없이 뭐든 자유롭게 시도해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돈을 버는 일이다.

그보다 중요하지 않은 건 잠시 접어놔도 된다. 운전을 하다가 시비가 붙으면 고함도 한번 쳐보고, 만만한 상대가 보이면 슬쩍 바가지도 씌워 보는 것이다.

고향에서는 깨끗하게 마을길을 쓸고 닦던 아낙이 나이로비에서는 아무 공터에나 쓰레기 더미를 투척한다.

이웃 사람이 누군지 뭐하고 사는지는 더 이상 관심거리도 못된다.

나이로비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돈을 모은다.

돈을 향한 과도한 욕망이 도시의 높은 범죄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지만, 다수의 일반 시민들은 자신과 고향 가족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성실히 일을 한다.

매일 새벽이면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몇 시간을 걸어 일터로 향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나이로비 집에 많은 가구를 놓지 않는다. 옷도 음식도 저렴한 것을 고른다.

조금씩 아끼고 절약해 모은 돈은 고향 땅에서 가축과 밭이 되어 가족들을 기쁘게 해준다.

케냐는 이렇게 성실하게 일하는 시민들이 있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기대하던 하쿠나 마타타 정신과 썩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의 지나간 생활 방식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돈을 좋아하고 열심히 일하며 때로는 따지고 화낼 줄도 안다.

케냐 사람들은 더 이상 하쿠나 마타타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신 행복을 찾아 미래를 계획하며 더 멋진 나라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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