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태 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99. 나이로비, 400만 인구의 도시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단어가 있다.

근심과 걱정을 모두 떨쳐버린다는 끝내주는 말씀, 하쿠나 마타타! 동부 아프리카의 공용어인 스와힐리어로 ‘아무 문제없어!’라는 의미다.

아프리카인들의 낙천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이 말은 케세라세라(Que sera sera), 카르페디엠(Carpe Diem), 오빤 강남스타일(?) 등과 함께 세계적인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워낙 유명해 ‘하쿠나 마타타 커피숍’, ‘하쿠나 마타타 서점’, ‘하쿠나 마타타 포장마차’ 등 다양하게 차용되고 있다.

이 마법의 문구에 매료된 사람들은 하쿠나 마타타를 실천하며 사는 유쾌한 아프리카인을 현실에서 만나보길 꿈꾼다.

티몬과 품바처럼 즐거움으로 가득 찬 현지인과 함께라면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현대 산업 사회에서 쉽사리 발견하기 어려운 넉넉한 마음가짐을 아프리카에서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이다.

부푼 꿈을 안고 마침내 케냐 나이로비에 도착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쿠나 마타타는 어디 갔지?

왜냐하면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쭉 뻗어 올라간 빌딩과 지저분한 쓰레기더미, 그리고 매연을 내뿜는 고물차들이기 때문이다.

나이로비 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대도시는 대부분 비슷한 느낌을 지니고 있다. 고층 빌딩과 판자촌,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

쫓기듯 급히 발걸음을 옮기는 아프리카 도시인들에게서 하쿠나 마타타의 여유로움은 찾기 어렵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허허벌판이었던 나이로비는 100년 안팎의 짧은 기간에 인구 400만 명의 거대도시로 성장했다.

케냐 국토의 0.11%에 불과한 면적에 케냐 인구 10분의 1에 가까운 사람들이 빽빽이 뭉쳐 살고 있다.

지금도 해마다 4%씩 인구가 늘고 있다.

월드뱅크의 조사에 따르면 2030년에는 나이로비 인구가 600만 명에 다다를 전망이다.

좁은 면접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나이로비가 멕시코시티, 베이징, 선선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교통체증이 심한 도시라는 IBM의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꼼짝도 않는 나이로비 도심 도로에 갇혀 시간을 허비하고 나면 하쿠나 마타타를 기대하던 외국인들의 환상은 여지없이 깨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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