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이 영화 ‘추격자’, ‘황해’를 연출한 후 6년 만에 내놓았던 작품이 영화 ‘곡성’이다.

황해를 촬영했던 백수 해안도로의 한 주택은 ‘황해 팬션’으로 변신에 성공해 성업 중에 있다.

영화 ‘곡성’은 2016년 극장의 비수기라 할 수 있는 5월에 개봉해 7백만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들이며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줄거리는 어느 시골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들과 거기에 휘말린 딸을 지키려 애쓰는 종구가 일본에서 온 의심스러운 외지인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 무명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외지인 역으로 일본의 중견 배우 쿠니무라 준이 캐스팅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인데 평균 해발 500미터의 곡성이 영화의 느낌을 살리는데 딱 맞았다는 평이다.

영화를 감상에 따른 한 줄 평도 인상적인 내용들이 많았다.

허남웅‘곡소리 나는 이야기, 억 소리 나는 연출’

이동진‘그 모든 의미에서 무시무시하다’

윤혜지‘여전히 실체 없는 두려움. 그럼에도 속절없이 낚이고 만다’

이화정‘냉기를 품고 전력 질주. 허술함과 완벽함 사이의 작두타기’

한 줄 평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보는 내내 관객들에게 제대로 된 서스펜스가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어제 다녀온 곳은 곡성의 끝자락에 위치한 ‘옥과’이다.

“이곳(옥과)과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목소리는 쳐져 있고, 눈에서 초점은 흐려져 있다

영화 곡성에서 나오는 신기가 서려 있는 황정민의 눈빛이나 분노와 공포에 잡혀있는 곽도원의 눈빛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그냥, 오게 됐습니다”

영화 곡성은 날카롭고 스산하지만, 옥과는 그냥 그런 시골 풍경 그대로였다.

처음으로 보는 사진. 커다란 눈망울은 전체적인 얼굴 윤곽과 너무 잘 어울렸다.

적당한 콧날은 큰 눈매를 적당하게 받쳐주며 눈에서 보내는 미소를 전달하는 데 보조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었다.

고급스럽게 말아진 머릿결은 이런 인상을 완벽하게 보조하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그런 펌이었다.

그렇게 사진으로 처음 접하는 그는 이제 30의 나이다.

이제 날씨가 떠나기 싫다며 냉기를 품어내는 이 겨울이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온기에 자리를 내주며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스한 봄기운을 느끼면서 달리는 길이건만 발걸음은 장마철의 그 착잡함으로 무겁기만 했다.

30을 살다가는 인생도 있는 법이다.

맨해튼의 야경은 너무 황홀하다. 아르헨티나의 거리는 탱고의 고장처럼 정열적이다.

서부 아프리카의 도로변은 흙먼지뿐 아무것도 없다.

샌프란시스코는 1년 내내 선선하고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까지 이어진 1번 고속도로는 처음부터 끝나는 지점까지 감탄사를 쏟아내게 한다.

인생도 이런 도시들처럼 모두 다 사연이 있다.

고층 건물에서 내뿜는 불빛의 연결고리는 전구색의 긴 선을 만들어 낸다.

아르헨티나 노천카페에서는 무도복장을 하고 완벽한 몸짓을 만들어 낸다.

일찍 가는 인생에서 아쉬움이란 이런 도시들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잃어버린 데서 오지 않을까.

세상에 오고, 한 번은 언젠가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누군가의 죽음을 두고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돌아가셨다’ 일 것이다. 왔던 곳으로 다시 가셨다는 말이다.

30의 이 친구는 무엇이 급했는지 먼저 갔다. 많은 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남겨두고서 먼저 갔다.

이제 남해 앞바다를 통해 생전에 좋아했던 바다로 보내기로 했단다.

아는 지인의 딸을 보내는 길에 다녀온 옥과는 세상의 어떤 도시들에서도 볼 수 없는 잔잔함과 숨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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