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태 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97. 역설적인 성장 배경

전자상거래가 아프리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까닭은 아프리카의 쇼핑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돈이 있어도 좋은 상품을 사기가 어렵다.

최근 들어 대형 쇼핑센터가 여기저기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좋은 물건을 살만한, 제대로 된 상점이 많지 않다.

매장이 있다고 해도 그곳까지 가는 교통이 불편하곤 한다.

어렵사리 찾아가더라도 원하는 상품의 재고가 없거나 심한 경우 짝퉁 모조품으로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가전제품이나 컴퓨터와 같은 고가품에서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

아프리카 전통시장에 있는 생선 가게 옆 판잣집 전파상에서 파는 먼지 낀 노트북 컴퓨터를 기쁜 마음으로 구입할 수 있겠는가?

케냐처럼 성장하고 있는 나라들은 그래도 사정이 좀 낫지만, 부룬디 같이 억수로 못사는 나라는 현재까지도 전국에 제대로 된 대형마트가 하나도 없다.

상황이 그러하다보니 돈 많은 아프리카 부유층은 쓸 만한 제품을 구하기 위해 직접 두바이까지 날아가서 전자레인지와 아이패드를 비행기 가득 싣고 오곤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이 그렇게 과감한 쇼핑을 할 수는 없다.

이런 때에 등장한 전자상거래는 아프리카의 불편한 쇼핑 환경을 정확히 파고드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믿을 수 있는 검증된 제품을 판매하고, 전자화폐를 이용해 간단히 결제하며, 집 앞까지 상품을 배달해주었다.

소비자들은 전자상거래를 통해 품질 좋은 상품을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상점까지 어렵게 찾아가도 원하는 제품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가정에서 클릭 몇 번으로 최고의 상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생소한 개념인 온라인 쇼핑이 자리 잡는 과정에서 여러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주문만 하면 물건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믿지 못했던 사람들은 웹사이트에 기재된 주소에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고 생각하고 직접 돈을 들고 사무실에 찾아가기도 했다.

상품을 배달하는 운전기사들이 물건을 빼돌리거나 험하게 다뤄 부서트리기도 했다.

물건을 구입한 사람들이 위조지폐로 결제하는 일도 왕왕 발생했다.

그러한 성장통을 겪으며 아프리카의 전자상거래는 현지 사정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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