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르던 말이 도망가버렸다. 옛날 옛적 이야기인데 말이 얼마나 귀했겠는가.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 위로를 건넸다.

“말이 도망가 버렸으니 어쩌누”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위로의 말을 건네는데 말을 잃어버린 노인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한다.

“이게 좋은 일이 될는지 누가 알겠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갔던 말이 돌아왔다. 이번에도 동네 사람들이 몰려왔다.

“아이고. 좋으시겠어요” “근데 나갔던 말이 한 마리 달고 들어왔다면서요”

어른은 다시금 태연하게 말한다.

“그러게요” “근데 이게 좋은 일인지 안 좋은 일인지 어찌 알겠소”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돌아왔던 말을 타다가 금지옥엽 키웠던 아들이 낙마 사고를 당해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아이고. 어쩐대, 귀한 아들이 크게 다쳤다면서요”

동네 사람들은 시끌벅적 몰려오더니 앞다퉈 한 마디씩 토해낸다.

이 어르신은 다시금 “글쎄요, 이 일이 또 어떻게 될는지 누가 알겠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이곳까지 전쟁의 여파가 찾아왔다. 동네에서 건강한 청년들은 전쟁에 나가 여럿이 죽었다.

말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친 청년은 절뚝이는 다리 때문에 전쟁에 나가지 못했고 화를 면했다.

인생사 ‘새옹지마’가 유래됐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장성군의 공무직 공무원이 교통사고 후 도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너무 놀라서 그랬을 수 있겠다. 아니면, 무엇인가 충격을 느꼈지만,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다.

이 사고로 피해자 할머니는 동네 주민에 의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주행 보조기구를 이용해 가족을 찾아가던 중 당한 사고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공무원은 사고 뒤 한 시간여 만에 장성군청에서 경찰에게 붙잡혔다.

이 공무원은 장성군의회 모 군의원의 아들로 밝혀졌다.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주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응급처치와 병원 후송이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지 모르는 일이기에 안타까움이 더한다.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연이어 지방선거가 있다. 코로나로 선거가 요동을 치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에 야권 단일화를 공식제안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성대하게 개최하려 했으나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다.

안 후보의 부인이 코로나 확진이 되면서 밀접접촉자인 안 후보도 급히 PCR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라 온라인으로 응급 대처했다.

코로나가 선거까지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 와중에도 각 처에서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비닐장갑을 끼고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니 여간 복잡한 게 아니지만, 행사장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상대에게 보여주는 세 대결의 성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보니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모양이다.

출판기념회가 지방선거의 포문을 여는 성격으로 변모했다는 평이다.

경주마에게는 옆을 보지 못하도록 장치를 한다. 앞만 보고 빨리 달리라는 것이다. 사육하는 꿩에게는 눈 위를 가린다.

푸른 하늘을 보면 날려고 하기 때문이다.

옆을 보지 못하게 하고, 위를 보지 못하게 함으로써 하나의 목적만을 위한 존재로 각인시키는 것이다.

선거를 앞둔 지금 우리 주변은 어떤가.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고 난 뒤 군의원 배지를 달았다.

얼마나 들뜨고 감사했겠는가. 아들은 무기계약직(공무직) 공무원이 됐다. 주변에선 축하해주고 함께 기뻐하지 않았겠는가.

출근하다 사고가 있었다. 가족에게 가던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인생 ‘새옹지마’가 아닌가.

배지만 보고 경주마처럼 달리는 지금, 옆을 한번 살필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한다.

가까운 지인과 대화를 이어가는데 자연스럽게 종교 이야기가 나왔다.

가까운 사람과는 정치와 종교는 말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말꼬리는 이어졌다.

지인은 “부모 세대가 살았고, 지금은 나와 2세가 함께 살지만 금세 나와 2세도 세상에서 없어진다”라며 “죽으면 끝인 세상이 허무하다”고 말한다.

죽으면 정말 모든 게 끝일까. 다음은 이 뒷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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