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억지 고집으로 변질돼

케냐의 대학가 소식을 주로 다루는 매거진 릴의 기사를 인용하면 대학생들이 시위를 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이렇다.

학자금대출 지급이 늦어져서, 기숙사에서 혼숙을 못하게 해서, 학교 근처에서 콘돔을 구하기 어려워서, 선거철에 정치적 혼란을 일으키려고, 어려운 과목의 시험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기사에서 밝힌 것 외에도 학교가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아서, 화장실이 더러워서 등등 여러 이유로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난동을 일으키는 청년들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걸 놀이처럼 여긴다.

‘나이 많은 문제아’ 대학생들의 무의미한 폭동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시위하는 대학생들을 몽둥이로 진압하는 무장경찰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일반 국민들은 통제 불능인 제멋대로 대학생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며 나라의 미래를 걱정한다.

사람들은 대학생 폭도들의 배후에 정치권의 거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민감할 수 있는 사안이 발생하면 시위가 일어나곤 하는 것이다.

또한 시위에서 막말을 일삼으며 돋보이는 우두머리 학생들이 정치권의 지명을 받아 정계에 진출하기도 한다.

그들의 배후에 누가 있을지 짐작할 법하다.

약자들의 최후 무기로 사용되던 저항정신이 지배자의 선동 도구로 전락하고, 사탕 달라고 칭얼대는 철부지의 억지 고집을 만족시키는 용도로 변질돼 버린 것이다.

식민지배는 끝났지만 아프리카의 보통 사람들에게 불합리한 억압은 자주 찾아온다.

케냐의 남아프리카공화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기득권층은 일반 국민들에게 함부로 권력을 남용한다.

그렇기에 대중들의 저항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하지만 그들의 저항이 명분 없는 폭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의미한 선동과 폭력은 오히려 지배층에게 이용될 뿐이다.

넬슨 만델라가 법정에서 말했던 것처럼 최후의 수단으로 폭력이 선택되기 전에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아프리카가 지금보다 한걸음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약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권력자와 시위를 벌이기 전 대화를 시도할 줄 아는 국민들이 필요하다.

어린이들의 운동장을 훔치는 기업인이 사라지고, 식당 음식이 맛없다고 기숙사를 불태우는 학생이 없는 세상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자제력이 결여된 폭력적인 저항 대신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화와 타협을 할 수 있는 아프리카를 기다린다.

만약 그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변화되길 원한다면 분명히 이루어질 수 있는 가까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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