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태 진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89. 초딩들의 당돌한 반격

2015년 1월, 케냐 랑아타로드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크리스마스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대번에 학교가 이상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운동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 높다란 담장과 두꺼운 철문이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학교 바로 옆에 있는 대형 호텔에서 주차장 확장 공사를 위해 무단으로 운동장을 점거한 것이었다.

호텔 측은 학교가 한산한 방학기간을 노려 순식간에 만행을 저질렀다.

얼마 전까지 얼마 전까지 축구와 술래잡기를 하며 놀던 소중한 운동장을 빼앗긴 아이들은 무진장 화가 났다.

잠시 생각해보자.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

먼저 부모와 교사들이 나서서 호텔에 항의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호텔 측에서도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다.

나름의 근거와 법 조항을 들이대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버틸 것이다.

결국 맞고소를 하고 지루한 법정 다툼을 벌일 것이다.

그러한 소동을 틈타 호텔 측은 주차장 공사를 강행하고 학생들은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불편을 감수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랑아타로드 초등학교에서는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그들은 굳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6살부터 13살까지, 그 어린 초등학생들은 호텔 경비원들에게 돌멩이를 집어던졌다.

그리고 소중한 운동장을 옥죄고 있는 담벼락을 다 함께 밀어서 허물어트리고 두꺼운 철문을 부숴버렸다!

엄마의 치마를 붙잡고 칭얼거리기만 할 것 같은 연약한 어린이들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놀라운 일을 해낸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경찰이 터트린 최루탄에 10명이 넘는 학생들이 다쳐 병원에 실려 가는 불상사도 일어났다.

그럼에도 케냐의 당돌한 초딩들은 물러서지 않고 철면피 같은 호텔 주인에게 다시는 운동장을 넘보지 말라는 경고를 제대로 날렸다.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해 케냐 전국에 떠들썩하게 알려졌고, 초등학생들의 운동장을 훔치려 했던 호텔 주인은 개인 신상이 공개되면서 호된 망신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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