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허윤봉 신성농원 대표

신성농원을 운영하는 허윤봉 대표가 지난 4일 한국춘란 재배 작업장에서 집 앞 다리를 놓아준 문금식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조현숙 기자

“고맙다는 말을 해야하는데 그렇게 못할때가 많아요. 표현을 잘 안하고 살다 보니까 막상 하려니 쑥스럽네요”

영광 토박이 허윤봉(68) 대표는 고맙다는 표현에 익숙지 않다며 쑥쓰러운 기색을 내비췄다.

“농장에서 작업하다가 인터뷰 한다는 소식 듣고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웃음)”

허 대표는 영광 출신으로 현재 염산면에서 ‘신성농원’을 운영하며 무화과와 한국춘란을 전문으로 배양하고 있다.

허 대표는 6남매의 막내, 늦둥이로 태어나 다소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자랐다.

이에 허 대표는 돈을 벌기위해 서울로 상경했으나, 서울살이 중신경성 위장장애를 얻어 영광으로 귀향하게 됐다.

“먹고 살기 위해 서울 갔으니까 이것저것 다 했어요. 현장 노동, 공장, 운전 이것저것 하다가 78년 후반기에 영광으로 내려오게 됐죠”

영광으로 돌아온 후 부모님의 일손을 도와 논·밭농사를 짓다 지인의 권유로 1990년 초, 포도 농사에 뛰어들게 됐다.

그러나 몇 년 전 한·칠 FTA 여파로 22년간 유지해왔던 포도 농사를 접고 무화과 농사를 시작하게 됐다.

올해로 무화과 농부 9년 차가 되는 허 대표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화과를 지켜보며 틈틈이 화초를 관리하는 것이 낙이다.

바쁜 삶속에서도 취미를 통해 삶의 여유를 즐기고 싶다는 허 대표가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은 고향친구인 문금식(68)씨다.

문 씨는 허씨와 같은 고향 출신이었으나, 접점이 없어 얼굴만 아는 사이로, 사이가 가까워진 것은 몇 년 전 문 씨의 배풀어 준 따뜻한 마음 덕분이다.

“몇 년 전 주택이 들어서면 집 앞에 길이 나야 하는데 진입로가 없어서 너무 불편하고 힘들었어요. 집 멀리 길이 있는 쪽으로 빙 돌아다니고 밭두렁으로 다녔죠. 다리를 하나 놓아 길을 내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제 힘으로 불가능했죠”

허 대표는 끊어진 길을 잇기 위해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가던 중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식에 찾아 온 것은 문 씨였다.

문 씨는 자신의 일처럼 곳곳에 전화를 걸어 방안을 모색하고 문의를 하며, 집 앞에 다리를 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지금이니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지만 그 당시 말도 못하게 고마웠어요. 발 벗고 나서서 도움을 줄 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나서서 도와줬을 때의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당시 문 씨와는 특별히 가까운 관계가 아니었으나 단지 고향친구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이유로 도와준 문 씨의 마음에 허 대표의 마음은 따뜻하게 녹았다.

“지금도 안부 문자도 보내고 가끔 연락합니다.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데 왜 그때는 그런 말을 못 했는지 지금이라도 고맙다는 말을 전할 수 있어 감사하네요. 도움은 많이 받는데 저는 그렇게 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늦둥이로 태어나 나만 생각하고 살았었거든요. 지금도 가족들에게 이기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웃음)”

허 씨는 10년도 더 지났지만 그 때 의 고마웠던 기억이 남아 문 씨에게 나중에라도 내가 받은 만큼, 그 만큼 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은혜를 갚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고맙다는 말뿐, 그 이상 더 할 말이 없어요. 지금이라도 고맙다고 전할 수 있어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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