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판단하지 말고 존중해야

송태진 케냐방송국 GBS 제작팀장

문화는 각 민족이 거쳐 온 역사와 자리한 지리 등 다양한 조건에 의해 오랫동안 형성되었다.

각 민족은 각자에게 맞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다른 문화를 대할 때 우리 문화의 관점으로 이해하려는 버릇이 있다.

그들의 음식, 의복, 행동 등 여러 가지 모습을 우리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그리고 너무나 쉽게 이상하다, 불쌍하다고 정의하곤 한다.

우리가 볼 때는 이상하지만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미국 사람들에게는 사랑스러운 개가 가나 사람들에게는 재수 없는 짐승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미국인들이 동물을 존중하는 우수한 문화를가지고 있고 가나인들은 개의 가치를모르는 열등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문화는 우열을 가려야 하는 게 아니라 각자가 가진 삶의 방식으로 이해되고 존중받아야 한다.

아프리카에서의 하루하루는 내가 갖고 있던 상식과 관념이 파괴되는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다. 내게 익숙한 문화의 틀 안에서 아프리카를 바라보면 낯선 그들의 모습에 실망을 하기도 하고, 오해를 품기도 한다, 급기야 현지인들을 나와는 다른 ‘이상한’, ‘미개한’, ‘말이 안 통하는’ 사람으로 규정해버리고 마음에 높은 담을 쌓을 수 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인상은 나의 기준에서 온 것을 뿐 현지인들에게 내가 모르는 문화적인 이유와 전통이 있을지 모른다. 대개 그런 것들은 문화의 고정관념을 벗어나면 아무렇지도 않을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기준과 틀로 그들을 ‘이상하다’고 단정 지어버린다면 그 사람은 아프리카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게 되고 행복할 수도 없다.

반면 나와 다른 그들의 낯선 문화를 받아들이면 놀라운 세계가 열린다. 방금까지 바보짓으로 느껴지던 그들의 행동이 돌연 독특하고 유쾌한문화로 다가온다.

한국인의 기준을 버리고 아프리카 사람의 눈으로 보면 그들의 문화 속에 있는 가치와 의미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된 우리의 문화가 소중한 만큼 다른 문화도 소중하다.

아프리카의 문화를 그 자체로 이해하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할 때 우리 문화도 그들에게 존중받을 수 있다.

나의 문화적 기준과 사고방식을 내려놓고 현지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품을 때 그들과 친구가 될수 있다. 우리가 아프리카를 만날 때 행복하게 될지 불편하게 될지는 나의 ‘올바른’ 기준을 버리고 그들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느냐에 달려있다.

내게 익숙한 문화의 벽을 넘어설 때 그들을 향한 이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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