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문화의 다양성 받아들여야

우리가 무심코 취하는 행동과 사고방식은 개인의 특징에 의한 것도 있지만 대개 각자가 속한 문화의 틀을 따른다.

그 틀에서 벗어나면 뭔가 이상한 사람이 되고 어색한 행동이 되는 것이다.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오늘부터 학교 급식소나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수저와 젓가락을 사용하지 말고 손으로만 먹어보자.

당신을 보는 사람들이 귓속말로 서로 수군거릴 것이다.

손으로 먹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화적 사고방식의 틀에서 벗어난 행동이기에 뭔가 이상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손으로 먹는 게 당연한 식사 예절이다.

어떤 문화에서는 허용되는 행동이 다른 문화에서는 금기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각각의 문화에서 정해놓은 틀에서 벗어난다면 옳고 그름의 판단은 무의미한 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문화가 가진 가치를 받아들이는 문화 상대주의적 관점은 세계화를 맞은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기본적 소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개 식용 문화와 관련한 찬반 논란이 자주 일어난다.

반대 입장에서 주로 내세우는 의견은 인간과 가깝고 지혜로운 동물인 개를 먹는 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의 전통적인 관점이라기보다는 반려동물 문화가 발달하면서 서구의 영향을 받은 사고방식이다.

서양 사람들에게 개는 그야말로 가족과 같다.

그런 서양 문화의 관점에서 충직한 견공을 먹는 건 문인이길 포기한 사람으로 느껴질 만큼 거북스런 행동이 될 수 있다.

가나 사람들도 개를 먹는 것을 반대한다. 그런데 그 이유는 서양 문화의 사고방식과 전혀 다르다.

아프리카 여러 문화권에서 개는 재수 없는 동물의 대명사로 통한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들개는 주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더러운 피고름이 흐르고 부스럼 딱지가 앉은 비루먹은 모습이다.

그들의 생각으로는 어떻게 저 더러운 개를 사람이 먹을 수 있냐는 것이다. 그만큼 가나에서 개를 먹는다는 게 엽기적인 행동이다.

우리는 귀여운 아기를 보면서 흔히 귀여운 강아지에 비유한다. 그런데 가나에서 그 말은 아기에게 저주를 퍼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똑같은 행동을 두고 한쪽에서는 사랑스러운 개를 먹는 비이성적인 죄악으로, 다른 쪽에서는 더러운 개를 먹는 엽기적인 사건으로, 그리고 또 다른 쪽에서는 ‘복날 보양식을 가지고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개고기의 찬반 논쟁을 떠나서 하나의 행동이 문화에 따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예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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