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고양이는 별미로 즐겨

나는 아프리카에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보통 식당에서 자주 식사를 한다. 현지 음식에 맞도록 내 입을 길들이기 위해서다.

끼니때마다 한국 음식을 차려 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흔하고 저렴한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세계 어디에 가도 잘 적응할 수 있다.

비록 살아서 꿈틀거리는 엄지손가락만 한 생굼벵이나 혀를 날름 뺀 채로 통으로 구워진 염소 대가리 같은 음식까지 맛있게 먹지는 못했지만 그런 이색 요리는 일상식이 아니니 예외로 하겠다.

서부 아프리카 가나의 항구도시 테마에서 개최된 청소년 행사에 참석할 때였다.

점심식사 시간에 나는 가나 현지 음식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근처에 있는 허름한 서민 식당에서 전통요리 반쿠를 주문했다.

야자수 그늘이 드리워진 흙마당 위에서 식탁도 없이 의자에 앉아 손으로 접시를 받쳐 들고 음식을 먹어야 했다.

식사를 하던 가나인들은 동양인이 혼자 와서 현지 음식을 먹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내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넸다. 그들과 수다를 떨며 밥을 먹는 동안 주위로 닭 몇 마리와 고양이가 어슬렁거렸다.

고양이는 유독 눈웃음을 치며 아양을 부렸다. 나는 가나 사람들에게 물었다.

“가나에서는 고양이를 왜 기르는 거죠? 고양이가 가진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그야 고양이 고기가 아주 맛있으니까요”

“농담이죠? 고양이가 맛있다고요? 가나에서는 고양이를 먹나요?”

“그럼요. 아주 별미예요”

고양이를 먹는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는 내게 가나 사람들은 웃으면서 고양이 요리가 얼마나 맛있는 고급음식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식용 고양이를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었던 나는 문화 충격에 정신이 어찔했다. 그때 마침 우리 앞으로 누렁이 개 1마리가 지나갔다.

나는 그들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저 개도 잡아먹으려고 키우는 건가요?”

“음...., 우리는 개를 먹지 않아요. 개는 좀 달라요.”

“아니, 고양이도 먹으면서 개는 왜 안 먹나요?”

“고양이는 아주 깨끗한 동물이에요. 하지만 개는...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더럽잖아요.”

고양이요리를 즐기는 가나 사람들일지라도 개만큼은 손대지 않는다.

그런데 개가 너무 예뻐서 안 먹는 게 아니라 너무 더러워서 그렇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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