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78. ‘노예사냥’피해 호수로 도망

아프리카의 베니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간비에 수상마을은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며 널리 알려졌다. 널따란 호수 중간에 굵은 나무 말뚝을 박고 그 위에 하나둘 집을 세우며 마을이 건설됐다.

아름다운 간비에 마을이 물 위에 세워진 이유가 있다. 16세기경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노예 사냥꾼을 피해 호수 안까지 도망쳐 온 이들이었다.

노예 사냥꾼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물을 건널 수 없었고, 노코우에 호수는 품 안으로 들어온 피난민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었다.

노예는 문명의 시작부터 존재했다. 전쟁에서 패한 사람들이 자유를 잃고 노예가 된 사례는 인류 역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아프리카 노예무역처럼 인간을 상품화시키기 위해 조직적이고 지속해서 자행되지는 않았다.

수백 년에 걸쳐 가장 건강하고 활동적인 나이의 노동인구가 외부로 유출됐다. 인구 성장이 정체됐고 고유의 경제가 파괴됐으며 산업의 발전은 멈춰버렸다. 아프리카 문명의 순리적인 성장을 가로막고 뿌리까지 무너트린 끔찍한 역사다.

1497년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 가마가 아프리카 남단을 거쳐 인도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도착과 함께 대항해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다.

이때 배를 타고 아프리카에 찾아온 유럽인들이 다짜고짜 주민들을 납치해서 노예로 삼지는 않았다. 그들은 나름대로 무역을 했다. 유럽 상인들은 아프리카의 왕과 토호들에게 직물과 장식품, 무기 등을 팔려고 했다. 아프리카 사회의 우두머리들은 유럽산 상품을 끔찍이 사랑했다.

그런데 그것을 구입히는 대가로 유럽인들에게 줄 것이 마땅치 않았다. 고민은 얼마 안가 해결됐다. 인간을 팔기로 결정한 것이다.아프리카의 권력자들은 유럽인들의 내륙 진출을 통제하고 해안에 몇몇 거점을 세우는 것만 허락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웃 부족을 침략해 노예로 삼아 유럽 상인들에게 독점적으로 판매했다.

다호메이, 콩고 등 인간 장사로 번창하는 아프리카 왕국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유럽인들에게 구입한 총기로 주변의 약한 민족을 점령하고 노예로 팔기를 반복했다.

다호메이, 콩고 등 인간 장사로 번창하는 아프리카 왕국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유럽인들에게 구입한 총기로 주변의 약한 민족을 점령하고 노예로 팔기를 반복했다.

잔혹한 통치자들은 노예가 될 만한 이웃 부족민들이 다 팔려 가서 없어지자 그때부터는 동족을 잡아다 노예로 팔았다. 베냉의 간비에 수상마을은 이러한 비극적인 노예사냥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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