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고봉주 센터장

“사람들에게 ‘참고 살다보면 좋은 날이 있을꺼다’ 라고 자주 말하는데 ‘내 아들·딸에게도 그렇게 말할 수 있나. 그 어둠 속에 내 딸 넣어 놓고 좀 참고 좀 더 참고 살아보라고 말할 수 있나’ 라는 생각에 다툼을 말리면서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영광 토박이 고봉주(60)씨의 말이다. 고 씨는 정주라이온스 회장, 전남 다문화 협회장, 새마을금고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으로 다문화 가정 사이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로 활동하고 있다. 고 씨는 다문화센터를 운영하며 결혼이민자들의 경제적 자립을 통한 조기정착을 지원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 산머루마을과 톤래삽협동조합 등 결혼이민자들의 안정적인 일지리를 만들고있다.

“이주 여성들이 저보고 친정 아버지 같다고 말하곤 해요. 제 딸 같은 아이들이죠. 그런 애들이 가정을 이뤄 자녀들을 데리고 와 인사를 시킬때면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안심 되곤 해요.”

고 씨는 영광에서 나고자란 토박이로 지역에 대한 애정이 깊어 아이들 교육과 일자리 때문에 하나 둘 떠나간 사람들 사이 그는 고향에 남았다. 새마을회 사무국장을 역임하며 지역을 위해 방역활동·집 고쳐주기·연탄나누기·방범안전지킴이 활동 등 묵묵히 새마을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애정으로 고향을 지켜 온 그가 한국으로 온 이주 여성들에게도 눈길을 돌리게 된 것은 추운 겨울날 만난 한 필리핀 여성을 만나고 부터다.

“당시 저는 새마을회 사무국장으로서 터미널 쪽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한 외국인 여성이 케리어 하나를 끌고 덜덜 떨면서 들어오더라고요. 무슨 일이냐고 잘 통하지 않는 외국어로 떠듬떠듬 이야기 나누니까, 남편이 자꾸 때려서 같이 이주해 온 동생한테 도망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다 너무 추워서 어쩔수 없이 사무실로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이야 인권 존중 문화가 높아져 부당한 대우나 어려운 사람들이 뉴스로 재조명되고 사람이 사람을 지키기 위한 운동이 일어나지만 불과 15~16년 전만 해도 그늘 밑 사람들은 현실에 수긍하며 살거나 도망치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었다.

고 씨는 그 길로 이주 여성들의 전수조사를 시작했고 열악한 생활환경을 직시했다.

“구체적으로 다 말할 순 없지만, 많은 이주 여성들이 힘들어했었죠. 힘든 형편 속에 가족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서 왔는데, 약속 안지키는 것은 허다하고, 맞고, 추운날 보일러 아끼려고 얼음물에 아기 기저귀 빨고... 그렇게 힘들어서 도망가면 바로 불법체류자가 되버리고,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습니다. ”

현재 대한민국의 법으로는 남편의 허가 없이 이주 여성이 대한민국 국적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남편에게 의지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이들이 자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고 씨는 이주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그러나 고 씨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이에 같은 마음으로 이주 여성들을 도와준 고마운 이들이 있다.

바로 영광 불갑사 주지이신 만당 스님과 현재 청람원을 운영하시는 정장오 이사장님이다.

고 씨는 “만당 스님은 봉사활동을 통해 원래 부터 알고 있었는데 다문화가정을 돕기위해 이이기를 나누면서 많이 가까워졌고, 정장오 이사장님은 당시 영광종합병원 회장으로서 당황스러운 부탁에도 흔쾌히 많은 도움을 준 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앞으로도 같은 마음으로 건강하게 잘 지냅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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