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77. 성장하기에 더 없이 좋다

해마다 아프리카로 많은 젊은이들이 떠난다. 짜릿한 여행을 위해서, 따뜻한 봉사활동을 위해서, 밝은 꿈을 위해서, 혹은 누가 떠밀어서. 이유가 어찌 되었든 아프리카로 떠나는 청년들은 하나같이 멋지다.

한국에 없는 새롭고 신기한 것을 느껴보고 싶은 뜨거운 영혼의 소유자가 아닌가. 그리고 아프리카는 도전하는 자에게 언제나 멋진 답변을 선물해준다.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삶의 성찰과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 일단 아프리카에 한번 발을 디딘 영혼은 평생 그곳을 잊지 못한다.

반면 한국에 남아있는 부모들은 속이 상한다. 왜 우리 아이는 다른 좋은 곳을 두고 굳이 위험한 아프리카에 가겠다는 건지. 자녀의 별난 결심을 응원해주고 싶다가도, 국제뉴스에서 아프리카에 관한 나쁜 소식이 보도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저런 곳에 갔다가 행여나 몹쓸 봉변이라도 겪는 게 아닐까. 군대에 첫째 아들을 보낼 때 만큼이나 걱정스럽다.

아프리카로 날아간 자녀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으로 건강히 돌아오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 부모들의 마음은 편할 날이 없다.

내가 처음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은 후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나의 부모님도 많은 걱정과 고민을 했다. 내가 처음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은 후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나의 부모님도 많은 걱정과 고민을 했다.

내가 처음 아프리카에 발을 디뎠을 때, 돌아온 후 다시 아프리카에 가겠다며 준비를 할 때, 마침내 기어코 그곳으로 다시 떠날 때까지 부모님은 아들이 가진 꿈과 뜻을 막지 않으려 무진 애를 쓰셨다.

결국 케냐로 출국을 앞두고서야 어머니는 울먹이며 “그냥 한국에서 살면 안 되니?”라고 처음으로 그동안 참았던 말을 하셨다. 그때서야 내가 참 이기적이고 못된 자식이었다는 걸 발견했다.

묵묵히 아들의 엉뚱한 인생 계획을 지켜보아 온 두 분은 결국 나를 품에서 놓아주셨지만, 그분들의 조용한 응원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아프리카로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이 그러하리라 생각된다. 고생할 게 뻔한 그곳으로 가겠다는 자녀의 뒤에서 눈물을 훔쳤을 부모님, 나의 글이 아프리카로 간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었으면 좋겠다. 아프리카가 위험하기만 한 곳은 아니라고, 거기서 고생만 하는 건 아니라고, 오히려 성장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프리카에 있는 자녀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부모님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뜨겁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먼저 생각나는 이는 부모다. 비록 자주 연락을 하지는 못하지만, 막상 만나도 제대로 말을 못 하지만, 결국 가장 기대고 의지하는 이는 아버지,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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