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말이 아니다. 소도 아니다. 진지하게 말하는데 멈춰라”

미국 식품의약처(FDA)가 지난 21일 트위터에 구충제 ‘아이버멕틴’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발표한 경고이다.

미국에서 구충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로 알려지면서 처방받는 사례가 늘자 급기야 현지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경고하고 나섰다.

CNN방송에 따르면 CDC는 26일(현지 시간) 구충제인 ‘아이버멕틴’ 처방이 급증하자 일반인과 의사 등을 상대로 건강경보를 발령했다. 이와 함께 CDC는 아이버멕틴 복용 후 중증에 걸렸다는 신고가 늘고 있다고 경고도 덧붙였다.

아이버멕틴은 이·회충·요충 등 기생충 박멸을 위해 처방되는 약인데, 소와 말 등 동물의 구충제로도 쓰이고 있다고 한다. 폭스 뉴스 등 일부 언론에서 이 구충제를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로 거론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CDC에 따르면 통상 아이버멕틴 처방은 1주일에 약 3,600건 정도 이뤄진다. 그러나 올해 초 10배가 넘는 3만9,000건의 처방전이 발부됐고, 이달 중순에는 8만8,000여 건으로 뛰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과 비교해 약 24배 처방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이처럼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의사가 소나 말이 먹기도 하는 구충제를 수천 회씩 처방을 내리면서 방역 당국의 조사를 받기까지 했다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처방을 내린 의사는 “이 약을 복용하면서 교도소에서 발생한 531명의 코로나19 감염자 중 사망자는 1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아칸소지부의 홀리 딕슨 사무국장은 “투옥된 사람을 포함해 그 누구도 의학적 실험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처럼 우리에게 질병만 주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인 비이성적인 판단을 갖는 위치로 몰아가기도 하는 것이다.

한 제약회사는 코로나 시대 전에 6,000원에서 8,000원을 오가는 주가가 코로나 치료제 임상을 준비한다는 소식에 1,500% 급등하기도 했다. 만원이 안되는 주식이 150,000원을 넘나드는 것이니 정상적인 시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위드 코로나 시대는 언제 어떻게 올까.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는 2,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나마 중증 환자로 발전하지 않으면서 의료체계가 무너지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대로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문가 초청 설명회에서 방역체계 관련 질의에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거나 보완하기 위해서는 고령층의 경우 90% 이상, 일반 성인은 80% 이상 접종이 완료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첫 번째는 백신 접종률에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기존 백신이 델타 변이 등 계속되는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에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데이터가 보여주듯 중증 환자의 관리는 한결 여유로워졌으며, 사망자 또한 현저하게 줄었다. 그렇더라도 백신 접종이 뛰어난 이스라엘이나 영국 등의 사례에서 보듯 백신이 일상으로의 복귀는 약속하지 못했다.

같은 종류의 호흡기 질환인 신종 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나오면서 게임 체인저가 된 것처럼 코로나 시대도 타미플루 같은 치료제가 나오기 전에는 다시 봄날이 오기는 힘들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서운 것은 당뇨병과 같이 심각한 급성 합병증을 유발하는 성질 때문이다. 의료 선진국들은 이러한 질병을 관리하면서 자국민들을 보호하고 치료하지만, 아직도 이런 의료서비스를 즉시 받을 수 있는 국가가 그렇게 많지 않다.

아직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디에서 발원했는지 불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 90% 백신이 접종이 이뤄지면 위드 코로나는 오는가. 아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백신을 접종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치료제도 이런 지구 공동체 정신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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