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75. 부족마다 장례 문화 달라

하루는 케냐 서부 중심 도시인 키수무에 방문했다. 한가롭고 따스한 아프리카의 평온을 즐기고 있던 그때, 멀리서 시끌벅적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작은 평화를 깨트린 건 왕복 2차선 도로를 장악하고 경적을 울리며 저 앞에서 몰려오는 수 십 대의 오토바이 무리였다.

흡사 자유로의 폭주족처럼 시끄러운 그들은 웃음인지 귀곡성인지 모를 낄낄대는 소리를 사방으로 퍼트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내가 달리는 차선으로 역주행해 오는 폭주족들!

제일 앞장선 오토바이에 커다란 나무 궤짝이 실려 있었다. 정확히는 오토바이 뒷자리에 탄 사람이 어깨에 궤를 메고 있었다. 그 나무 궤는 다름 아닌 관이었다. 시신을 넣는 관. 수십 대의 이륜차들이 귀를 때리는 경적을 울리고,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흔들어대며 관을 메고 가는 대장 오토바이를 뒤쫓았다.

그들은 그저 평범한 장례식을 치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장례 문화는 인류학에서 각 나라와 민족의 정체성과 사고방식을 연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죽은 이를 어떻게 떠나보내는가를 관찰하면 그들이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54개의 국가가 있고 크고 작은 3,000여 부족 집단이 있다. 각 부족은 각각 특색 있는 장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동부 인도양 해안 지방의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죽은 이의 시신을 방치하지 않고 서둘러 매장한다. 만약 아침에 사람이 죽었다면 그날 해가 떨어지기 전에 시신을 묻는다. 케냐와 탄자니아에 걸쳐 살아가는 유목민 마사이족은 시신을 씻어낼 때 소의 오줌을 사용한다.

마사이 사람들은 소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죽어서도 소의 향취에 젖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케냐 중부 지방의 키쿠유족은 사람이 죽으면 일가친척들이 모여 음식을 나눠 먹으며 슬프게 운다.

조문객들은 마음에 가득한 슬픔을 울음으로 표현해야 하며, 장례식 기간에 깔깔대며 웃거나 경쾌한 몸짓을 보이지 않는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부자가 죽으면 부를 과시하기 위해 그가 아끼던 시계, 반지나 현금 같은 것들을 함께 매장하기도 한다.

어떤 부자는 평범한 나무 관 대신 1억 원을 호가하는 고급 BMW 자동차에 뉘어져 묻히기도 했다. 그 최신형 관(?)은 중고차도 아닌 새 차였다. 공수래공수거라는 옛말이 무색하다.

우리 기준으로는 섬뜩한 문화도 있다. 루히아족의 하위 부족인 아바왕가 사람들은 죽은 이의 시신을 관 속에 반듯하게 눕히지 않는다. 그들은 시체를 의자 모양의 틀에 앉힌다.

염을 하여 의자에 앉힌 시신은 장례식 기간 동안 조문객들에게 공개되며, 사람들은 죽은 이의 시신에 가까이 가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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