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영화 주제로 폭주 기관차가 등장한다. 브레이크가 고장이나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달리는데 맞은 편 같은 선로에서도 기차가 달려오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는 결국 정면충돌로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키기도 하고, 주인공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가까스로 충돌 직전에 멈춰서는 경우가 있다.

이번 영광군에서 벌어졌던 레미콘 집단 파업의 경우는 누가 봐도 노사 양쪽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를 연상케 했다.

영광군에서 영업을 하는 레미콘 제조사들은 모두 6개다. 반면, 레미콘 노동자로 불리는 레미콘 믹서 트럭을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들은 30여 명으로 알려졌다.

6개의 회사와 30여 명의 지입기사 들이 90일 동안 분쟁을 벌이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 90일의 파업과 분쟁에서 누구를 승리자라고 할 수 있으며, 누가 피해자인가.

지난 13일 노사는 광주전남레미콘협동조합 영광권역 레미콘 협의회 정경연 회장과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 조대익 사무국장이 6개의 합의안에 서명함으로 90일의 분쟁은 막을 내렸다.

합의는 1회당 운송비를 3만7000원에서 4만3000원으로 인상하고, 고소 고발을 취하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합의와 관련 이개호 국회의원이 입장문을 냈다. “레미콘 제조사와 29명의 건설노조원들의 대승적인 결단에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이제는 혼란과 분열이 깔끔히 사라지고 레미콘운송 정상화와 레미콘 업체들의 영광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6개 제조사와 30여 명의 개인사업자들은 90일 동안 분쟁을 이어갔고, 국회의원은 노사합의에 대한 입장문까지 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레미콘 기사들은 무엇을 요구했나.

노조는 임금 인상과 일 8시간 노동을 대표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노사 간 합의에 가장 걸림돌로 지적된 내용은 운송 기사들의 민주노총 가입 부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측의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조정의 요구는 정당하며 합리적인 요구로 받아들여진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임금에 대한 조정요구와 근로시간에 대해 협의를 요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살고 있고, 선진국으로 불린다. 그러나 노동 현장에 대한 처우는 앞선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왜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 기사들의 분쟁이 군민들에게 심한 반감을 사고, 질타를 받았는가. 90일의 분쟁으로 누가 피해를 입었는가.

사측에 물어보면 사측은 분쟁으로 인해 회사에 재정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다. 노조 측은 아마도 90일 동안 수입원이 끊기면서 재정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말할 것이다. 정말 사측과 노조 측만 피해를 봤는가. 그렇지 않다.

가장 큰 피해는 영광군민들이며 지역에서 소규모 건설 회사를 운영하는 군민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정국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레미콘을 구하지 못해 인근 지역 레미콘 사에 통 사정을 해야 했다. 소규모 공사에서는 레미콘이 없어서 인력으로 시멘트를 배합해야 했다.

군민들은 발을 구르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사측은 사측의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었고, 운송 기사들은 레미콘 회사 앞에서 또, 국회의원실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다.

군민들에게 90일 동안 피해 신고를 받는다면 모르긴 해도 코로나바이러스 피해보다 더 크면 컸지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군민들에게 사과하지 않는다. 군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노사 합의에 씁쓸할 뿐이다.

김준성 군수는 노사합의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고 말한다. 그동안 레미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현장에서 겪고 있는 고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군민들에게 돌아갈 걸 알고 있어서 그렇다.

앞으로 무조건적인 점거 농성은 영광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협상을 외면하기보다는 상대편에서 생각해보며, 한 발 물러나 상대를 배려하는 시야를 가지면 어떤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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