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다 못해 가마솥더위가 따로 없다. 올해는 장마다운 장마도 없이 넘어갔는데, 우리 지역은 며칠 강하게 비가 오고 바로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말 그대로 폭염인데, 8월이 시작됐지만, 더위가 수그러들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선 우리나라도 열대지방 날씨로 들어선 것 아닌가 우려한다.

아프리카는 우리나라처럼 짧은 장마가 아닌 우기가 있다. 우기에는 몇 개월씩 비가 내리는데 우리나라 장마처럼 며칠씩 내리기보다는 하루에 한두 차례 소나기처럼 내린다. 딱 지금 우리나라 날씨다.

우기 동안에는 비가 내리면서 대지를 적시고, 먼지를 씻어내며, 자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때는 기온도 많이 내려가 선선하다.

지금 우리나라 날씨와 아프리카 날씨를 비교해보면, 하루에 한두 번씩 소나기가 내리는 날은 딱 아프리카 우기와 비슷하겠다. 아프리카 더위는 따가울 정도로 뜨겁다. 그러나 습도가 낮기 때문에 그늘만 찾아가면 시원한 편이다.

아프리카 말리를 다녀온 적이 있다. 말리는 무장단체들도 있고 정세가 불안한 나라이지만 일반 시민들은 따뜻하고 사교성이 좋았다.

말리는 지리적 위치가 사하라 사막과 연접해 있어 사막의 먼지가 언제나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기온은 40도는 기본으로 찍었으며, 바닥에 양동이로 물을 부어도 한두 시간이면 모두 마를 정도로 무더위가 심했다.

그래도 말리는 기억에 참 좋았던 곳이다. 한국어를 배우고, 컴퓨터를 배우기 위해 봉사센터를 찾던 말리의 청년들이 기억난다.

7월 3일은 ‘에어컨 감사의 날’이라고 한다. 최초의 에어컨은 1902년 7월경 윌리스 캐리어에 의해 개발됐다고 하는데, 캐리어는 187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코넬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제철소에서 근무하던 캐리어는 1902년 어느 날 안개 낀 기차역에서 승강장을 뒤덮은 안개를 보다가 온도와 습도, 이슬점의 관계를 주목해 습기를 제거하고 온도를 내리는 방안을 연구하면서 최초로 에어컨을 개발했다.

뜬금없이 웬 에어컨이냐. 할 수 있겠지만 지금 가장 감사한 시간을 꼽으라면 거실에 에어컨이 수리된 것 아닐까 싶다.

이사를 했는데 거실에 에어컨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몇 년 전에 철거해 창고에 보관하던 에어컨을 재설치했다. 하루를 잘 넘기며 시베리아처럼 차가운 바람을 날리던 에어컨이 헉헉대다 어느새 텍사스의 뜨거운 공기를 뿜어냈다.

에어컨이 고장 난 아파트는 쉬는 공간이 아니라 고문 장소로 변해버렸다. 수소문 끝에 빨리 고쳐준다는 수리기사를 불러 에어컨을 고쳤다. 언제 그랬냐는 듯 에어컨은 다시금 시베리아의 찬바람을 선물했다.

딱 하룻밤뿐이었지만. 아내의 공격이 시작됐다.

“에어컨 하나 사주세요. 새것으로 다가...!”

시선을 피하며

“에어컨이 얼마인 줄 알면서 말해야지”

다시 수리기사에게 고쳐 줄 수 없겠냐고 사정했다.

수리 센터 사장님이 “20년이 넘은 제품이라 수리가 어려울 듯합니다”라고 말했다.

새것을 구입하기도 부담이고, 수리도 어렵다고 하니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었다.

센터 사장님이 사정을 아시는지

“회사에 중고 설치할만하게 있는지 찾아볼게요”

중고 에어컨을 설치해주겠다며 다시 방문했는데 감사하게도 가스가 새는 곳을 찾았다며 완벽하게 수리해 주셨다.

며칠이 지났지만 20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씩씩한 청년처럼 휀을 돌리며 시베리아의 시원함을 선물하고 있다.

휴가철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휴가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여름방학이면 가족들과 좌충우돌 미 대륙을 횡단했던 일이 생생하다. 남미 대륙을 넘어 북미 끝자락까지 종단했던 여행도 생각난다.

언제 다시 지구 반대편으로 향할 수 있을지 기약은 없지만 언젠가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여행의 깃발을 올릴 때가 올 것이다. 그래도 지금 에어컨에서 배달되는 시베리아의 차가움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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