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영광 터미널시장·굴비골시장]
손님 발길 뚝 끊겨 ‘울상’
대다수 야채가게 상인들
전기 없어 선풍기도 못켜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오전 11시께 찾은 영광읍 터미널시장이 코로나19와 폭염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 이래향 기자

“보시다시피 아무도 안 오잖아요. 코로나19까지 심해지면서 하루에 10원도 못 버는 날도 많아요. 오후 12시가 넘어가면 시장에 오는 손님이 한명도 없어요.”

지난 28일 오전 11시께 영광읍 터미널시장에서 만난 굴비가게 상인 김(65)씨가 폭염에 미지근해진 수박으로 더위를 견디고 있었다. 김 씨는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위에 있는 가게 3 곳은 장사가 안 돼 문을 닫고 휴업 중이었다. 시장 한쪽에 있는 야채 가게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다른 가게들은 냉방시설이나 선풍기라도 틀어놓는데 야채를 파는 상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선풍기도 없이 야채를 손질하고 있었다. 60대~70대가 대부분인 야채가게 상인들은 “여기는 전기도 없다”며 “제발 전기라도 좀 달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채가게 상인 이 모씨(75)는 충전식 무선 선풍기를 가지고 다니지만 땀이 나도 틀지 않았다. 미리 집에서 선풍기를 충전해 왔지만 오후에 기온이 더 높아지면 켜기 위해 아껴놓는다.

이 씨는 요즘 “하루에 3만원 정도 버는 것 같다”며 “손님이 너무 없으니까 못 팔고 시들어서 버리는 게 더 많다”고 말했다.

그 옆자리 야채가게 상인도 무선선풍기를 틀어놓고 채소가 시들지 않도록 연신 물을 뿌리고 있었다.

유일하게 전기코드용 선풍기를 사용하고 있는 야채가게 상인 곽 모(65)씨는 “장사하는데 전기가 꼭 필요해 개인 돈을 들여서 설치했는데 68만원이 들었다”며 “하루에 겨우 2~3만원 정도 버는데 지난 26일 맞은편 가게에 코로나19 확진자도 다녀가서 사람이 더 없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영광읍 굴비골시장도 폭염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같은 날 방문한 굴비골시장 내 대다수 상점들은 문을 닫은 상태였으며 오후 12시가 되자 시장 안에는 사람 한명 다니지 않았다.

야채, 양념 등을 판매하는 김 모(75)씨는 “장사가 안 되서 임시 휴업을 하는 곳이 늘고 있다. 시장에 오는 사람이 하루에 고작 20명 정도 밖에 안 된다”며 “그 중에서 우리 가게 오는 사람은 몇이나 되겠냐”고 한숨만 거듭 내쉬었다.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에 코로나19까지 심각해지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외지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있어 그나마 토요일 장사는 괜찮았지만 요즘에는 주말에도 한산해 장사가 전혀 안 된다고 상인들이 하나같이 설명했다.

상인들은 “늘 하는 일이니까 버티고 있지만 시원한 대형마트와 비교할 때 시장 환경이 열악한데 누가 폭염 속에 장보러 오겠냐”며 하소연했다.

군 관계자는 “올해 터미널시장 노후전선정비사업을 설계중으로 상인회장과 협의해 야채가게 상점 쪽에도 전기 설비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장 내 온도를 5도 이상 낮출 수 있는 쿨링포그(증발냉방장치)나 스프링클러 등의 시설 지원은 차차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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