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73. 굶지는 않는다

우리는 종종 아프리카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TV와 자선단체의 영상물에는 뼈만 남은 아기가 숨을 할딱거리고, 젖이 마른 엄마는 파리가 얼굴에 붙어도 떼어낼 생각도 않고 멍하니 앉아있다.

TV에 등장하는 참상은 거짓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프리카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속단하는 건 문제가 된다. 아프리카 인구에서 아사를 걱정할 만큼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비율은 높지 않다.

유엔난민기구의 2017년 보고서는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서 626만 명의 난민을 포함한 2,421만 명의 사람들이 거처를 잃고 보호를 받아야 할 상태라고 발표했다.

이는 엄청난 숫자이긴 하지만 12억 명이 넘는 아프리카 전체 인구를 따져보면 압도적인 비율은 아니다. 더욱이 이러한 대규모 기아 상태는 남수단이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몇몇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영상 속의 극한 상황은 정상적인 국가에 사는 아프리카인이라면 평생 겪을 일이 없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세계에는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사람이 8억2,000만 명이 있다. 아시아에서 5억 1,510만 명, 아프리카에서 2억 5,600만 명으로 나타난다. 이는 아프리카 전체 인구의 20.4%에 이르는 매우 높은 수치다.

그런데 이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79.6%라는 의미가 된다. 부실한 식사를 하는 사람이 2명이라면 잘 먹고 지내는 사람이 8명이라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년 비만 보고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비만 인구가 26.5%라고 밝혔다. 이는 OECD 평균인 19.5%를 뛰어넘는 수치다.

높은 비빈 인구와 건강한 식습관이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건 남아공 사람들이 굶어 죽을 지경은 아니라는 걸 잘 알 수 있다. 아프리카에는 사실 배고픈 사람보다 배부른 사람이 더 많은 것이다.

나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던 냔자락 마을 주민들은 사실 통계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부룬디 국민 1인당 GDP가 겨울 미화 320달러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치만 놓고 본다면 냔자락 사람들은 늘 굶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낮은 국민소득과는 별개로 아프리카 사람들은 나름대로 풍요로운 식사를 즐긴다. 각 지역 주민들의 입맛에 따라 다양한 음식들이 식탁에 올라온다. 아프리카의 몇몇 전통요리들은 굉장히 맛이 있다. 한국에서는 비싼 아보카도와 망고 같은 열대과일도 저렴한 값에 먹을 수 있다.

아프리카에는 그들만의 음식 문화와 맛의 기준과 식사 예절이 있다. 소득이 적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배를 곯는 비참한 생활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억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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