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이 황룡강 상류에 어린이 테마공원을 조성한다고 한다.

장성군과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유두석 장성군수가 이곳에 어린이 특화공원 건립을 제안하면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황룡강 상류 하천 내에 위치한 모래톱에 제방을 만들고 인도교를 설치해 공원을 오간다는 계획이다.

알다시피 지난해 집중호우로 황룡강 일원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었다.

불어난 물길은 황룡강 둔치에 설치한 대부분의 구조물을 휩쓸고 가버렸다.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황룡강 하류 지역도 피해는 막대했고, 아직까지도 피해복구가 이뤄지지 못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어 최대 시설로 야심 차게 출발한 광산구 파크 골프 구장은 티샷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수마에 쓸려서, 잔디 구장은 자갈로 덮여 버렸다. 1년 동안 손도 못 대다 최근 중장비를 투입, 복구에 나섰다.

최근 우리나라 여름철 기상은 예상하기 어려운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통상 6월에 시작해 몇 주간 이어지는 장마가 올해는 7월에 시작되더니 몇 차례 비가 온 뒤 장마가 끝나버렸다. 그리곤 간간이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린다. 전형적인 동남아의 우기 형태를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장성군은 황룡강 내 모래톱에 어린이 테마 공원을 조성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장성군에 묻고 싶다. 어린이 공원을 하천 부지 내에 조성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가. 장성군에 여기만 한 부지가 없다는 말인가. 지난해 집중호우로 황룡강의 피해 상황을 보고도 제방을 설치하면 괜찮다는 장성군의 입장이 설득력이 있을까.

지난해 피해 규모와 재발방치 대책을 먼저 자세하게 설명하면 좋겠다는 군민들의 의견을 귀담아들었으면 한다.

얼마 전 KBS는 장성군의 황룡강 상류 퇴적지에 테마공원을 추진하는데 하천 범람 우려가 있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하천 가운데 3만6천여 제곱미터 넓이의 커다란 인공섬에 수만 톤의 흙을 쌓아 올려 조경석과 옹벽을 세우는데 기반조성에만 38억 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보도내용에 따르면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요즘 강우 패턴들을 보면, 계획 홍수위보다 더 많은 비가 오는 사례들도 있고 그 시설물로 인해 홍수위가 더 올라가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하천 부지 안에 시설물을 조성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한다.

반면 장성군 관계자는 “재해영향평가를 받았는데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공원 부지가 100년 단위 최대 홍수량보다 높아 침수 가능성은 희박하고 물길 변화도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보는 듯하다.

수십억을 쏟아부어 하천 내 테마공원을 건설하겠다는 발상에 뒷맛이 영 개운치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테마공원의 위치가 하천 내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여름철에 방문객이 많을 것인데, 여름철 관광지의 중요도 첫 번째가 그늘이 많아야 한다.

현 위치는 사면이 하천부지이고 그늘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늘이 없으면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찾기에부담이다.

둘째, 장성군에는 이미 홍길동 테마파크가 있어 어린이 공원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하천 내부에 수십 억을 쏟아부어 어린이 공원을 만들기보다는 개점 휴업하다시피 하고 있는 홍길동 테마파크를 살리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존재하고 있는 어린이 공원은 문을 닫다시피하고 집중호우에 가슴 졸여야 하는 위치에 수십억을 들여서 또 어린이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장성군의회 의원들도 이런 사업에 적극적인 의견을 내야 한다.

장성군에서 무리한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형물 공화국이란 말을 듣고 있는 것도 장성군이 유일할 정도이다. 장성군 의회에서 사업을 꼼꼼히 따지고, 예산 심사에 전문성을 갖고 한다면 지금과 같은 무리한 사업은 지양될 수 있을 것이다.

번번이 이런 사업이 자연스럽게 의회를 통과하고 있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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