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70. 과중한 부룬디의 가사노동

산뜻한 바람이 부는 햇볕 쨍쨍한 부룬디의 오전, 밀린 빨래를 해치우기 좋은 날씨였다.

마당에서 한창 손빨래를 하고 있을 때 대학생 자원봉사자 필벳 씨가 교육원 현관을 열고 들어왔다. 반가운 인사를 나눈 필벳 씨는 빨래를 하는 나를 바라보다니 질문을 던졌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당신은 왜 빨래를 하는 거죠?”

한 번도 의문을 갖지 않았던 심오한 질문이었다.

“빨래를 왜 하냐고요? 그야 물론 옷이 더러워졌으니까 하는 거죠.”

“아니, 그게 아니라 당신은 외국인이잖아요. 그런데 왜 빨래를 직접 하나 해서요.”

“제 옷이니까 제가 하는 건데…. 당신은 빨래를 하지 않나요?”

“그럼요. 빨래는 가정부들이 해주잖아요.”

하우스보이 혹은 메이드, 부룬디 사람들에게 무투무의시라고 불리는 그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집안일을 돕는 가사도우미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일하는 집의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며 한 식구처럼 지낸다. 혼자 살거나 웬만큼 가난한 형편이 아니라면 부룬디 가정에서는 집안일을 돕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도와주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할 만큼 부룬디의 가사노동이 힘든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부룬디 일반 집에서는 수도시설이 없다.

즉, 누군가 매일 물을 길어와야 음식을 만들고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할 수 있다는 뜻.

주로 자녀들이 아침마다 학교에 가기 전에 가족이 쓸 물을 길어 온다. 1시간 이상 걸어 물 1동이 겨우 떠오는 일이 흔하다.

물뿐 아니라 불 때는 것도 어렵다.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도시가스가 없다. 숯이나 장작으로 불을 피워 요리해야 한다.

거기에 전기 역시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같은 편리한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 냉장고가 없으니 매 끼니마다 시장에 가서 음식 재료를 사와야 하고, 손으로 하는 빨래와 청소는 하루 종일 해도 끝나지 않는다.

가정에 아이들은 엄청 많다. 기본 5명, 많게는 10명도 넘기도 한다.그들을 일일이 씻기고 옷 입히고 밥 먹이고 학교 보내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엄청난 일인 걸 알 수 있다.

이 모든 가사 노동을 아내와 남편이 도맡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부룬디의 어머니들은 늘 임신 중이다. 다산을 축복으로 여기는 부룬디 사회에서 여자는 힘닿는 데까지 아이를 낳는다.

무거운 몸으로 집안일을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녀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집안일이 과중한 부룬디에서 가사도우미는 안주인을 도와 살림을 움직이는 중요한 존재다. 아예 가족 전체를 고용해 가사도우미 부모와 그들의 아이들이 주인집에서 함께 사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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