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69. 서로를 신뢰하는 사회로

한 나라가 자주적으로 서기 위해 국방력은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에게 미움을 받든 사랑을 받든 군대는 외부의 힘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군대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국민은 군대의 활동을 지지하는 게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이다. 강력한 무기를 도입해 전투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국민들의 믿음을 얻지 못한다면 강한 군대가 될 수 없다.

미국과 같은 군사대국이나 우리나라에서도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호감을 잃지 않기 위해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케냐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지 어느덧 50년이 넘었다. ‘국왕의 아프리카 소총부대’라는 이름도 사라졌다. 케냐군은 더 이상 영국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 다행히 군대에 대한 케냐 국민들의 부정적인 평판도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잇다.

특히 아프리카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여러 무장테러 단체들의 활동이 거세지며 강한 군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케냐의 이웃 소말리아를 근거지로 하는 알 샤밥은 2013년 나이로비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2015년 가리사대학교 등에서 대규모 테러를 일으켜 많은 민간인을 죽음으로 몰았다.

외부의 적들이 국민들을 공격할 때 그 위험한 자리를 사수한 건 군인들이었다. 군인들의 그러한 영웅적인 모습은 많은 케냐의 젊은이들을 자발적으로 군대로 향하게 만들었다.

케냐군의 임무는 결코 가볍지 않다. 혼란 속에 있는 소말리아나 남수단의 전장에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되기도 하고, 테러가 일어나는 위험한 현장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실제로 전사하는 군인들도 적지 않다. 군에 지원하는 이들은 모두 이 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군인은 직업으로 꽤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언론에서는 군은 들을 국가의 영웅이라고 치하며 입대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을 독려한다. 넉넉한 보수도 그러한 흐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모병제를 시행하는 케냐에서 군인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해마다 신병 입대 경쟁률이 치열하다.

나는 취재를 위해 케냐 육군훈련소에 여러 차례 방문했다. 그때마다 케냐를 지키고 싶어서 입대했다고 말하는 씩씩한 장병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싸운다는 군인의 기본 정신이 되살아나고 있다.

케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군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차츰 걷혀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케냐 사람들은 군인들이 국가를 위해 싸운다는 것을 다시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케냐 군민과 군인들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성숙하고 탄탄한 사회를 이루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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