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인을 찾아서-장성 하미라 토피어리 디자이너]
TV 프로그램 통해 우연히 접해
토피어리 시작한지 18년째
전남 22개 시·군 홍보 토피어리
도맡아 연출·전시 등 꾸준한 성장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돌파구로
장성읍 내 카페 ‘도시락’ 문 열어
다양한 토피어리 작품 전시 ‘인기’
“주민 문화·예술 공간 마련하고파”

남다른 손재주를 가진 하미라 토피어리 디자이너가 지난달 22일 장성읍 안평리에 위치한 자신의 카페 ‘도시락’에서 식물과 함께해 온 18년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 디자이너는 우연히 접하게 된 토피어리에 매료된 이후 다양한 디자인의 작품을 탄생시키며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어 하나 하나를 엮어 지역을 대표하는 홍보 토피어리로 탄생시키기까지 모든 공정에 땀과 열정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녀는 앞으로 폐교를 활용해 토피어리 작품을 전시하는 등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며 살고 싶다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얼마 전 점심 약속이 있어 장성읍 안평리 인근을 지나쳤다.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다 멀리서부터 한눈에 띌 정도로 화사한 분홍색 옷을 입은 한 카페를 발견해 발길을 멈췄다.

1995년 폐교한 안평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학교가자’ 캠핑장과 붙어있는 ‘도시락’이라는 카페였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화사한 외관만큼이나 화려한 대형 조형물들이 마당 곳곳에 설치돼 고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카페에 들어서니 평범한 듯 보이는 사장님이 반겼다. 커피를 주문하고 그녀와 몇 차례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마당에 설치된 대형 조형물을 손수 제작하고 있는 토피어리 디자이너라고 밝혔다.

전남 22개 시군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홍보 토피어리를 직접 제작해 지역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장성 ‘도시락’ 카페 대표이자 토피어리 디자이너로 당찬 인생을 펼쳐가고 있는 하미라씨를 만나 그녀의 삶을 들여다봤다.

하미라 토피어리 디자이너는 물이끼와 식물을 이용해 동물이나 사람 등 입체적 형태의 다양한 조형물을 제작해 전남 22개 시·군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은 곡성 세계장미축제에 전시된 ‘장미여인’이라는 작품.

“내 손에서 태어난 예술품으로 인해 즐거워하는 관광객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하미라(50) 토피어리 디자이너의 말이다.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 함평 나비축제, 엑스포공원 곤충생태관,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곡성 장미축제, 국제농업박람회 등…. 전남 지역 축제 현장 속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홍보 토피어리가 있다.

대부분 하미라 디자이너의 손 안에서 탄생된 작품이다. 작게는 1m에서 5m가 넘는 조형물까지 다양한 형태의 모형이 축제기간 내 관광객들의 포토존을 장식한다.

토피어리는 물이끼와 식물을 이용해 동물이나 사람 등 입체적 형태의 다양한 조형물을 가리킨다.

각 지역마다 다양한 형상의 토피어리를 만들어 그 지역만의 랜드마크를 나타내기도 하며, 때로는 토피어리로 그 지역을 기억하고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많다.

제12회 대구꽃박람회에 전시된 '봄의 여인’

하 디자이너는 ‘엔탑/토피나라’ 대표이자 장성읍 안평리 일원에 위치한 카페 ‘도시락’ 대표다.

카페 ‘도시락’ 주차장에 들어서면 그녀 손 안에서 탄생된 다양한 형태의 토피어리들이 반긴다.

마당에 빼곡히 채워진 토피어리는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말뚝박기를 하며 놀고 있는 아이들, 수박서리를 하다 들통나 도망가는 모습의 아이들 등 재미난 이야기를 담은 토피어리가 가득하다.

토피어리와 함께 한지 올해로 18년째인 하 디자이너는 진도 출신이다.

토피어리를 알게 되기 전까진 대기 환경 기사로 광주 하남공단에서 대기, 수질, 폐기물을 관리하는 환경관리인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남편과 함께 시청한 ‘VJ 특공대’에서 토피어리 소품을 제작하는 모습을 보며 토피어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회사생활과 병행하며 1년 동안 토피어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달리 손재주가 좋던 아버지의 야무진 손끝을 닮아 손재주가 좋았다.

2004년 자격증을 취득한 후 한국토피어리협회 광주지부장으로 활동했다. 점점 활동 반경이 커지게 되자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퇴직금으로 공방을 차렸다.

10여 년 동안 토피어리 소품 제작 뿐 아니라 강의, 전시 등 다양한 일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공방에서 소규모로 수업을 하다가 전남도 내 모든 초·중·고등학교를 찾아 발품을 팔며 강의를 다녔다.

이후 뜻이 잘맞는 남동생과 함께 전남도내 지자체들의 대표 축제 및 박람회 내에 설치하는 대형 토피어리까지 제작하는 등 영역을 넓혔다.

열정과 정성을 쏟아 부은 시간이 더해져 하 디자이너는 어느덧 전남 22개 시·군의 홍보 토피어리를 다수 제작할 만큼 우량 기업으로 성장했다.

축제기간 내 전시된 토피어리 작품들은 나주 공장에 보관된다. 보관된 토피어리 작품만 해도 300개가 훌쩍 넘는다.

하 디자이너는 축제 행사장에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포토존을 제공하고 즐거움과 힐링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 디자이너는 “토피어리를 제작하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즐겁다”며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창작물을 보며 관광객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볼 때 행복하고 좋다”라고 미소 지었다.

이어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좋아했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얽매이지도 않고 일석이조다. 내가 만들고 싶은 조형물이 외부에 전시돼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해당 지자체를 알릴 수 있는 기반이 되기에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원 없이 하면서 각 지자체의 홍보 도우미 역할을 도맡아 가장 빛나게 연출해주는 일을 한다는 것에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는 하 디자이너.

그녀는 보람되고 즐거운 삶 이면에 고충도 뒤따른다고 말했다.

하 디자이너는 “늘 보람을 느끼는 일이지만 제작하는 과정에서 육체적인 고통이 따른다”며 “3mm 와이어를 전부 손으로 직접 접으며 골절작업을 진행하기에 손이 남아나질 않는다”라고 말했다.

모든 공정이 100% 수작업으로 진행되는데 대형 토피어리 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보통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년째 토피어리를 제작하는 일에 열성인 이유는 오로지 즐거움 때문이다.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영향으로 토피어리 제작에 제동이 걸리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녀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가고 있다.

하 디자이너는 “계약을 완료하고 토피어리 제작까지 마무리 한 상황에서 납품을 앞두고 코로나19로 인해 캔슬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그래서 돌파구로 장성지역에 카페를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카페 ‘도시락’은 1995년 폐교한 안평초등학교를 활용해 꾸린 ‘학교가자’ 내에 위치했다. 넓은 마당과 유휴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토피어리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단순히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넘어 문화 힐링 공간으로 볼거리를 제공해 고객들에게 인기다.

그녀는 “카페를 하면서 축제에 내려고 공장에 대기하는 작품들을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계기가 돼 좋다”라며 “추후 임야나 폐교 부지를 매입해 하고 싶은 작품을 만들어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힐링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손 안에서 새롭게 피어날 예술품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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