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65. ‘한몫’챙기겠다는 법대생

소말리아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1, 2위를 다투는 부룬디, 역시 부정부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 재정의 절반 이상을 원조로 채우는 최빈국이지만, 이곳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과 그들을 위한 대학교가 있다.

국립대학교는 전교생이 국가에서 학비를 지원받는다. 가난하더라도 공부만 잘하면 전액 무료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것이다.

대신 성적이 나쁘면 가차 없이 퇴학을 당하기 때문에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를 바탕으로 부룬디 국립대학교는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몰리는 부룬디 최고의 교육기관이 되었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성장해 미래의 부룬디를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날 나는 부룬디 국립대학교 법학과에 다니는 학생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 듯 법대생이 생각하는 아프리카의 부정부패란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그는 앞으로 판사나 변호사가 될 테니 분명 자신만의 견해가 있을 터,

“아프리카의 공무원들은 뇌물을 요구하고 세금을 훔치는 거 같아요. 당신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나요?”

“우리나라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니 미안해요. 그건 정말 슬프고 나쁜 관습이에요. 부정부패는 부룬디가 발전하지 못하게 막고 있어요.”

“당신 말이 맞아요. 법이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고 억울한 사람이 생기죠.”

“뇌물은 극소수의 사람들을 살찌게 해요. 대신 그 때문에 다른 많은 사람은 고통을 받게 되고요.”

나는 젊은 법대생의 단호한 대답이 썩 만족스러웠다.

그래, 적어도 법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이런 소신이 있어야지. 부룬디의 장래는 밝구나!

“아주 좋네요. 당신은 법을 공부하니까 나중에 판사가 될 수 있겠지요. 그때가 되면 부룬디의 부정부패도 끝날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기네요.”

나는 내 앞의 법학도가 근엄한 판사 복을 입고 대쪽 같은 판결로 뇌물을 들고 기어 다니는 돈벌레들을 박멸하는 상상을 하며 유쾌한 기분으로 말했다. 그는 대답했다.

“오, 친구. 저는 그럴 수 없어요. 저도 그걸 보고 법대에 온 거랍니다”

뭐라고? 그의 답변은 내 귀를 의심하게 했다.

분명 방금까지는 부정부패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이야기했던 멋진 학생, 부룬디의 미래를 변화시킬 듯 위풍당당하던 법학도가, 갑자기 가련한 춘향의 주리를 틀려고 눈이 벌게진 변학도로 보였다.

자신이 법대에 온 이유는 판사가 되어 그것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역시 ‘콩고물’ 좀 먹어보기 위해서란다.

자신은 물론 그의 가족들과 수백 명은 족히 넘을 친척의 친척들과 고향 마을 사람들 역시 그날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 학생은 가문의 대표로 한 몫 건지기 위해 법대에 들어간 것이었다.

국가의 장학금을 받고 무료로 공부하는 학생이 보은할 생각 대신 어떻게 하면 국민의 돈을 훔칠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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