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64. 가난한 한국에 원조해주던 케냐

1960년대, 아프리카 국가들은 오랜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스스로 걸음마를 시작했다.

영국령 동아프리카, 프랑스령 서아프리카 대신 우간다. 부르키나파소 같은 생소한 국명들이 지도 위에 나타났다.

지배자의 폭압에서 벗어난 신생국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기 시작했다.

자유와 평화의 깃발을 높이 들어 올린 열정적인 지도자들은 흑인들이 주도하는 이상향 건설을 꿈꿨다.

세계인들은 인류 문명의 진보를 발견할, 기대 섞인 눈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행보를 지켜봤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가는 지금, 아프리카 국가들이 받은 성적표는 참담하다.

외국의 원조가 없으면 버티지 못할 정도로 쪽박을 찬 나라도 있고, 독재와 반란을 반복하며 스스로 ‘고사’하는 나라도 있다.

흙먼지로 배를 채우는 가난한 국민들의 피를 빠는 악랄한 지도자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비슷한 시기에 독립을 이룬 아시아 신생국들의 약진과 비교해보면 아프리카의 부진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다.

단적인 예로 1960년까지 만하더라도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부유했다.

케냐는 ‘가난한’ 한국에 원조금으로 보내기도 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에티오피아는 6.25전쟁에 병력을 지원하는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사정은 한국보다 나은 편이었다.

그런데 왜 아프리카는 독립 이후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학자들은 식민 지배의 후유증, 불공정한 국제 무역 구조, 잘못된 원조 방식 등 다각도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아프리카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를 지목한다.

위로는 국가의 최고 권력자부터 아래로는 주차장 관리인까지,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검은 돈이 오고 간다.

아무리 많은 원조가 들어와도 ‘이놈 저놈’손을 대면 정작 쓸 돈은 남는 게 없다.

깨어있는 아프리카인들과 국제사회는 빈곤 탈출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부정부패는 그러한 노고들을 비웃듯 다른 주머니로 성과를 날름 옮겨버린다. 5살 꼬맹이가 거실에 있다면 아무리 청소를 해도 깨끗해지지 않는 것과 같다.

특히 외국인에게 일처리를 원활히 해주겠다며 뒷돈을 요구하는 건 마치 관행이라도 된 양 자연스럽다.

아프리카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을 당황시키는 문제 중 하나다. 만약 거절하면 돈을 줄 때까지 시간을 끌거나 업무를 방해하며 골탕을 먹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뇌물을 주자니 언제 경찰에게 꼬투리를 잡혀 조사를 받을지 모른다.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려면 먼저 현지인 상대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말은 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어설프게 사업을 벌이다가 부패한 관료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이처럼 부정부패는 각종 변수를 만들어 투자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결국 자본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을 아프리카에서 내쫓아 버린다.

또한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할 재원이 불의한 몇몇에 의해 빼돌려진다.

2018년 국제투명성기구는 아프리카에서 부정부패에 의해 매년 5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이 아프리카 바깥으로 새나가고 있으며, 자원 개발 비용의 25%가 횡령되어 손실된다고 발표했다.

그것은 국민들의 일자리, 교육, 보건 등에 사용되어야 할 돈이었다. 이는 아프리카가 성장하려면 반드시 바로 잡혀야 할 중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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