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63. 모기가 가져온 비극

WHO는 1년에 말라리아 감염자가 2억 1,200만 명에 이르고 42만 명이 사망한다고 밝혔다.

유니세프에서 발표한 통계에서는 해마다 3억 명에서 6억 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되고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성인이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미 성인들은 모기 관련 질환에 대한 지식이 있어 예방을 할 수 있고, 말라리아 발병시 상태를 경험으로 알기에 검사를 받고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년 동안 모기에게 희생당하는 100만 명이라는 엄청난 통계수치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안타깝게도 사망자의 대부분은 어린아이들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가난한 부모를 둔 아이들’이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하루 벌어 간신히 하루를 사는 빈곤층, 그들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가난한 부모는 아이를 보살펴주고 싶지만, 육아를 감당할만한 돈이 없다. 그저 없는 살림에도 건강히 자라주길 막연히 바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가 자는 요람에 쳐진 모기장의 작은 틈으로 모기 1마리가 들어오고 아이는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에 감염된다.

얼마 후 아기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부모는 마을의 약국으로 향한다.

약사는 아이가 말라리아인 것을 직감하고 피 검사를 해보자고 하지만 빈곤한 부모는 피 검사비 600원이 부담됐다.

부모는 그래도 아이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어 약사에게 약이라도 한번 보여달라고 말한다. 약사는 말라리아약을 꺼내며 가격을 알려준다. 1,000원이 못 되는 적은 돈이다.

피 검사비와 약값을 합하면 1,500원 정도가 필요했다. 고작 1달러 남짓 인 돈이지만 가난한 부모는 그 돈을 꺼내길 주저한다.

약을 사면 사족들이 굶어야 하고 당장 내야 하는 공과금이 밀리게 된다. 내일 남편이 일터에 갈 때 버스를 못 타고 걸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말라리아약을 살지 말리 고민하던 부모는 문득 어쩌면 아이의 병이 말라리아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으레 아프다 낫다를 반복하지 않던가. 며칠 전까지 건강했던 아이니까 조금만 잘 먹고 잘 자면 병을 이겨낼 것이라고 여긴다.

결국 부모는 약사에게 말라리아약 대신 60원짜리 진통제 파나돌을 달라고 말한다. 집에 온 부모는 아이에게 진통제를 먹이며 건강을 바란다.

그러나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말라리아는 진통제로 치료되지 않는다. 며칠 후 아이는 짧은 생을 마감한다.

단돈 1달러가 없어서 사람이 죽는다.

아이는 말라리아 때문이 아니라 가난 때문에 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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