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한종 전남도의장
성숙한 지방자치를 위한 조건, 자치 분권 실현 대안

봄이 지나 여름이 다가오는 시점에 농민들부터 상인들, 학생들 도민 모두가 분주하다.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 방역과 백신 접종이 한창이다. 의료진. 방역당국, 자원봉사자 등 국가적 재난 극복을 위해 흘리는 땀방울이 마를 새가 없다.

전남도의회도 올해 전남의 살림살이를 살펴보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근 들어 지방분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바람직한 지방분권의 방향은 무엇일까? 학계, 언론, 정치인, 시민사회단체에서 이와 관련된 많은 질문을 던져온다.

우리군민신문이 질문한 ‘성숙한 지방자치를 위한 조건, 자치 분권 실현을 위한 대안’은 농사와 같다고 생각한다.

풍성한 한 해 농사를 위해서는 품질 좋은 씨앗을 고르는 것부터 땅 심을 높여 질 좋은 토양을 만들고 적절한 영양을 공급해야 하는 수고로움과 땀 그리고 정성이 담긴 분주한 손길이 필요하다.

농작물은 농군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다.

해마다 근심이 되고 있는 가뭄이나 태풍의 피해, 병해도 잘 넘겨야 한다. 그만큼 농사는 계획을 잘 세우고 위기도 잘 넘기면 풍성한 맛을 볼 수 있다.

자치분권도 농부가 한 해 농사를 위해 온갖 정성을 쏟듯, 다를 바가 없다.

지방자치의 풍성한 결실물을 200만 도민들에게 안겨드리기 위해서는 농사의 시작처럼 철저한 계획과 준비, 추진할 정책이나 방향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또 여러 가지로 다가올 난관이나 위기도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책을 단단히 만들어 놔야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달라진 것이 참 많다. 이에 맞춰서 지방분권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방향을 두고 논의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지방의회가 부활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지방자치 제도가 자치분권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반쪽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는 수직적인 관계로 인식되고 있다.

바람직한 지방분권은 중앙정부의 핵심권한인 입법권과 재정권을 포함한 자율성을 지방정부에 넘겨주어야 한다.

특히나 지방의 살림살이인 재정분권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지방재정 조정제도를 통해 전라남도를 포함한 낙후지역의 재정난을 해소시키겠다고 했었다. 이는 현재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개선시킨다는 것이다.

지역의 공익적 자산을 고려하는 재정 조정제도가 시행되면 지역실정에 맞는 발전과 도민들의 삶의 질 중심의 지방자치를 활성화 시키게 될 것으로 본다.

농어촌으로 형성된 우리지역의 낙후된 재정난을 해소할 수 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국가 경쟁력이 튼튼해진다.

그래야만이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국민들이 주인이 되는 참여 자치가 실현된다.

따라서 지방분권, 재정분권을 위한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정부가 지방의 자주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을 국정과제로 설정해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부에서 추진한 1단계 재정분권에는 지역간 재정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이 전무하다.

균형발전을 목표로 추진한 재정분권이 오히려 지자체간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하고, 지역간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드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크게 우려된다.

정부는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8대2에서 7대3을 거쳐 최종적으로 6대4까지 개선하기 위해 지방소비세를 10%p 인상해 지방재정에 8.5조원을 확충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방소비세 인상분 8.5조원에는 지방으로 이양되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이하 균특회계) 3.6조원과 부가가치세를 지방소비세로 전환함에 따라 감소하게 되는 보통교부세 1.6조원이 포함돼 있다.

실질적으로 지방에 돌아가는 순증액은 3.3조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지원해 온 균특회계를 지방이양하면서 재원은 3년간만 한시적으로 보전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균특회계 보전 기한이 종료되면 이양재원 3.6조원은 소비지수 가중치를 적용해 17개 시도에 배분하게 된다.

균특회계를 지방이양하면서 재원은 3년간만 한시보전하게 되면, 재정력이 낮은 전남을 비롯한 비수도권 자치단체는 대부분의 이양 사업을 중단 또는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재정분권 추진방안이 나오게 된 이유는, 정부가 국세 대 지방세 비율개선에만 치중해 낙후지역을 배려한 재정조정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데 있다.

이는 지역간 균형발전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정책이 될 것이며, 지금까지 정부에서 밝혀온 “어느 지역도 현 지방재정 제도보다 불리해지는 경우가 없도록 세심하게 제도를 설계한다”는 재정분권의 기본원칙(’18.10.30. 정부합동 재정분권 추진방안)과도 맞지 않다.

이에 필자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2020년 1월에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의 상생·번영을 위해 정부에 재정분권 개선을 강력히 건의한 바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검토와 개선이 요구된다.

문제는 정부가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마련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아쉬움 속에서 지난해 연말에 통과됐지만 자치분권과 관련 된 법령들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특히나 30년 만에 나온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은 지방의회의 위상정립이 결여되고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분권의지가 빠졌다.

실제 자치입법권을 제한하고 있고 인사청문회의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거나 자치조직권 강화, 지방의회 예산편성의 자율화와 같은 실질적인 필요사항이 빠진 것이다.

지방분권은 중앙으로부터 분권 과 지방 내에서의 분권이 세심하게 고려돼야 하며, 그 과정에서 지방의회가 소외돼서는 절대 안 된다.

주민이 진정한 지역의 주인이 되고, 자치분권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을 위한다면, 다시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 내용들을 뒷받침하고 이를 지원할 지방의회법도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았듯이 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응력이 달랐다.

이는 지방분권, 재정분권이 지방자치단체간 무한한 경쟁시대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도민들의 창의적인 역량을 모아서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지역은 발전할 것이고, 구태와 관행에 휩싸인 지역은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다.

지역간에, 엄청난 격차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방분권, 재정분권은 대세이지만 어쩌면, 낙후된 전남에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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