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60. 편협한 부족 이기주의 탈피

아프리카에도 변화의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다.

국민들은 국가라는 큰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선 여러 부족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가고 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긴장감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은 평화로운 선거문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선거철에는 폭력 사태도 있지만 평화 시위도 함께 나타난다.

케냐에선 2017년 선거를 앞두고 평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뜨거웠다. 각 지역 청년 대표들은 '나는 선거기간 어떠한 폭력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라는 평화 선언을 했고, 이러한 메시지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예술가들은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메시지를 적은 천을 이어붙이는 캠페인을 진행해 수십 km나 길게 이어진 평화의 띠를 만들었다.

내가 만난 야당 지지자 에반스 오몬디 씨는 "선거철마다 폭동이 일어나서는 케냐가 발전할 수 없으며 새로운 시대를 위해서 부족 간에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2007년 폭동을 직접 경험했던 짐 부루키 씨는 "대다수 케냐 국민들은 폭력에 가담하려 하지 않으며 2007년과 같은 끔찍한 사건은 케냐에서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2017년 선거는 비교적 평화적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평가된다. 폭동이 있긴 했지만, 일부 지역에 국한돼 사태였고 확대되지 않고 잠잠해졌다.

대부분 국민들은 폭력 시위에 가담하지 않았고 선거 패배로 흥분한 극성 야당 지지층의 분노가 가라앉길 기다렸다.

반면 정치인들은 파업을 유도하고 자극적인 발언으로 시위대를 흥분시키려 애썼다. 그러나 케냐 국민들은 선거 후 혼란을 키우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외신은 나라 전체가 엄청난 혼란에 빠진 듯 보도했다.

마치 우리나라 광화문에서 시위대와 군경이 충돌한 사건을 전국에서 일어난 폭동으로 묘사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케냐 사람들에게는 퍽 억울할 일이었다. 우리가 보고 듣는 아프리카는 그런 식으로 왜곡된 부분이 적지 않다.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독립한 지 이제 막 50여 년이 지난 신생 국가들이 대다수다. 여전히 그들의 사고방식에는 부족 중심 사회와 식민지배 흔적이 남아있다. 특히나 선거를 치를 때는 부족 간의 갈등이 절정에 이른다.

그렇지만 그들은 차츰 다른 부족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프리카에서 평화적으로 치러지는 선거가 늘어나고 있다.

편협한 부족 이기주의 탈피 과정을 겪으며 아프리카의 각 나라들은 더 단단하고 올바른 발전 방향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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