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59. 아프리카의 선거철

선거로 인한 부족 간의 갈등은 대통령 선거에서 절정에 달한다.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부족들의 힘겨루기와 권력의 뒤편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음모가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2017 케냐 대통령 선거전 역시 치열하게 펼쳐졌다. 선거를 앞두고 내무부 장관이 심장마비로 급사하며 암살 의혹이 불거졌고, 부통령 관저에 무장 괴한이 침투하기도 했으며, 선거관리위원이 고문당한 채 시신으로 발견돼 긴장감이 감돌았다.

야당에서는 선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여당의 부정선거 시도 의혹을 제기하며 견제구를 던졌다.

후보들 간에 공약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케냐의 선거는 공약으로 좌우되는 게 아니다.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그들이 각각 어떤 부족들과 연합 세력을 구축했는지가 궁극적인 차이를 만든다.

여당에서는 현 대통령 우후루 케나타를 후보로 내세워 재선을 노렸다. 우후루 케냐타는 초대 대통령 조모 케냐타의 아들로 케냐 인구의 22%를 차지하는 최대 부족 키쿠유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키쿠유족을 중심으로 칼렌진, 엠부, 메루 등이 여당 세력에 편승했다. 이들은 주로 케냐의 중부 지방을 거점으로 하는 부족이다.

상대편 야당 연합에서는 전 국무총리 라일리 오딩가를 대항마로 내세웠다.

라일라 오딩가는 1997년과 2007년, 2013년 3번이나 대선에 출마해 패배한 경험이 있지만 72세의 노구를 이끌고 4번째 출사표를 던졌다.

야당은 이구 순위 2, 3번째 부족인 루히야, 루오 및 마사이, 타이타 등과 손을 잡았다.

그들은 주로 서부 빅토리아 호수 인근과 동부 해안지방이 거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케냐의 43개 부족은 여당과 야당이라는 거대한 2개의 깃발 아래에서 치밀하게 합종연횡했다.

선거가 치러지고 여당 후보 우후루 케냐타의 당선이 발표됐다. 즉각 후폭풍이 일어났다.

야당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 불복을 선언했고 지지자들에게 투쟁을 부추겼다. 야권 지지층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폭동이 일어났다.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그중에는 갓 10살 된 어린 소녀도 있어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외신들은 부랴부랴 폭동 소식을 급전으로 세계에 이어졌다.

사태가 진정될 즈음 아프리카 선거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놀라운 판결이 케냐 대법원에서 나왔다.

선거 부정이 유죄로 판정되며 대통령 선거 결과가 무효가 됐다. 법에 따라 용단을 내린 법관들은 박수를 받았지만, 혼란은 얼마간 더 지속했다.

결국 10월에 재선거를 치르며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될 때까지 거의 1년간 온 나라가 선거 여파로 들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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