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57. 폭력으로 물든 민주주의

익히 알고 있듯 선거는 국민의 대표를 뽑기 위한 제도다.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 근대 유럽에서는 다수결 원칙과 선거제도를 기반으로 지도자를 선출했다.

이후 20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며 서구사회에서는 시민이 지도자를 뽑는 선거제가 자리 잡았다.

대통령, 국회의원은 물론 아파트 부녀회장 선출과 마피아 게임의 범인 뽑기까지 선거는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제도로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다.

20세기 중반 독립을 이루며 등장한 아프리카 국가들도 선거제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선거는 익숙하지 않은 제도였다.

식민통치 때는 물론이고 그 이전의 부족사회나 왕정에서도 국민이 지도자를 선출한다는 개념이 희박했다.

그러다 보니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권력을 쟁취하려는 유력자들이 선거를 좌우하고 국민들은 들러리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때로 선거는 정권을 쥔 이들과 그것을 빼앗으려는 세력 간의 전쟁처럼 치러졌고, 폭력 사태가 일어나거나 내전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물론 평화롭고 안정적인 선거가 치러지는 보츠와나 같은 모범국가도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카메룬이나 콩고민주공화국처럼 독재자를 위한 엉망진창 부정선거가 자행되는 곳도 있고 선거철이면 여야의 충돌 위기감이 고조되는 나이지라아, 케냐 같은 나라도 있다.

선거기간 일어난 아프리카의 유혈 충동에 관한 기사는 신문 국제면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다.

외신 기자들은 군인과 폭도들이 대치하고 방화와 약탈이 일어나는 모습을 포착해 세계로 타전한다.

심지어 별 소동이 없더라도 예전에 일어났던 사고 사진을 기사에 붙이고 과거 전례를 끄집어내며 ‘이번에도 폭력사태가 우려된다’는 글을 쓴다.

아프리카 54개국에서 선거를 치를 때마다 언론매체들은 그런 식으로 살벌한 기사를 양산한다.

각 나라마다 총선이 보통 4~5년 주기로 돌아오니 우리는 1년에 10번 이상은 ‘선거를 앞두고 폭력 사태가 우려되는 아프리카  모모 국가’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게 되는 것이다.

대체로 자극적인 기사는 훈훈한 기사보다 눈에 잘 띄는 법이다.

폭력과 연관되는 아프리카에 대한 뉴스가 주기적으로 만들어지며 아프리카는 혼란 속에 있는 위험한 대륙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깊어진다.

다른 대륙에서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가 왜 아프리카에서는 주기적으로 폭력을 몰고 오는 원인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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